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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I 규제, 집값 안정 카드될까 [더 머니이스트-송승현의 부동산 플러스]

입력 2026-03-10 06:30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은 현재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1∼12월 누계 기준으로 전체 전·월세 계약 중 월세 거래량 비중은 63%로 전년 동기 대비 5.4%포인트 상승했다. 전세 중심 구조가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집값 안정을 이유로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논리는 단순하다. 임대사업자의 대출을 조이면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가 늘고 그 결과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시장의 작동 방식은 그렇게 단선적이지 않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임대사업자 대출 심사 시 규제지역은 RTI 1.5배, 비규제지역은 1.25배 이상이어야 한다. 향후 기준을 강화하면 대출 만기 연장이 어렵다. 수익성이 낮은 다주택 보유를 압박해 매물을 시장에 유도하겠다는 셈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수익을 관리하는 사업자다. 수익성이 낮아지면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기보다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쪽을 먼저 택한다. 비용을 통제할 수 없다면 남는 선택지는 임대료 조정이다.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이는 방식은 RTI를 충족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대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평균 월세는 지난 10여 년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2015년 7월 대비 2026년 1월 기준으로 전국 평균 월세는 56만원에서 82만원으로 상승해 약 46% 올랐다. 수도권은 69만원에서 105만원으로 상승해 약 52.6%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울은 81만원에서 121만원으로 약 49.8% 올랐다. 동남권은 112만원에서 182만원으로 올라 약 62.7%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현재 월세 거래 비중과 상승률은 이미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RTI 강화는 이 흐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가 임대료 인상의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대출이 막히면 결국 집을 팔 수밖에 없다는 주장과 현실은 다르다. 현재 금리 수준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매수 여력은 제한적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수준과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감안하면, 무주택자가 대거 매수자로 전환될 조건은 충분하지 않다.


임대인 입장에서 매각은 마지막 수단이다. 양도소득세 부담, 거래비용, 향후 재진입 리스크를 고려하면 임대료 조정 후 보유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급매물 증가는 제한적이고, 대신 임대차 시장의 가격만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실제 시장 반응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RTI를 강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강한 규제는 항상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 구조를 재설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대출을 유지하려면 수익성을 높이라는 신호로 시장에서 임대료를 올리라는 행동으로 번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약 1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부채가 아니라 임대 공급을 유지하는 운영자금의 성격이 강하다. 이를 경직적으로 관리하면 단기적으로는 매각 압박이 아니라 임대료 상승, 중기적으로는 공급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임대 공급이 줄어들면 무주택자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도 현실적 제약이 있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높은 구조에서 매수 전환은 일부 계층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임차인의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RTI 규제 강화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수익 구조에 반응한다. 비용이 상승하면 가격이 조정된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월세 상승 압력을 키우게 된다. 매물 증가는 제한적이고, 임대료는 오르고, 공급은 위축되는 삼중 구조가 형성될 우려가 있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가 실현되려면, 단순한 대출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 금리 환경, 세제 구조, 매수 여력, 임대 공급 유인까지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은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시장을 움직이게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집값과 임대료를 동시에 안정시킬 수 있는 설계다. 정책의 선명성이 아니라 결과의 실효성이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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