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평가 상위 2.9%인 에이스급 직원이 회사가 진행 중인 '특별퇴직'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하자 1억4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저성과자'를 우선 퇴직시키고 '우수 인재'를 붙잡아두는 희망퇴직 심사 기준은 경영상의 정당한 재량권 행사라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단독(김나나 판사)은 최근 근로자 A씨가 B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금전 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리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만 55세가 되는 2025년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게 될 예정이었다. 평소 퇴직 후 배우자와 장기 여행을 꿈꾸던 A씨는 상사에게 수차례 "임금피크제가 시작되면 더 이상 근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마침 회사가 2024년 12월 고령화와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노조와 합의를 거쳐 △성과평가 하위 △장기 승진누락 △업무 부적응자를 기준으로 '특별희망퇴직' 실시를 공지했다.
4억원이 넘는 파격적인 위로금이 걸린 특별희망퇴직에 A씨를 포함한 219명이 몰렸다. A씨가 특별퇴직을 신청하자 상급자인 사업부장은 특별퇴직을 축하해주면서 송별회를 열고 퇴직 기념패까지 수여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중 A씨를 포함한 19명에 대해 날벼락 같은 '미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A씨의 '우수한 업무 능력'이었다. A씨는 일반직 중 상위 2.9%의 '성과평가 최상위권자'였기 때문에 회사의 심사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A씨는 이듬해 1월 일반 희망퇴직 신청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A씨는 퇴직금과 별도 2억 9000만원의 위로금을 수령하며 "퇴직과 관련해 어떠한 명목으로든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불과 1개월 차이로 특별희망퇴직금을 받지 못한 게 억울했던 A씨는 승인 받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위로금 액수와 일반퇴직금으로 받은 위로금의 차액 약 1억 5000여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각하' 판결을 내렸다. A씨가 일반 희망퇴직 시 작성한 '퇴직의 효력을 다투지 않는다', '어떠한 명목으로든 금품의 지급을 구하지 않는다'는 약정이 민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합의'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A씨는 "퇴직위로금 2억 9000만원을 지급 받기 위해 작성한 부제소 합의는 불공정하다"며 민법 104조 위반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밖에 A씨는 회사가 특별희망퇴직에 관한 심사·결정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명예퇴직은 원칙적으로 근로관계 당사자가 제도의 내용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는 사적자치의 영역"이라며 "법정 퇴직금 등과는 달리 사례금·장려금 성격이 강해 제도 도입 여부나 운영에서 넓은 재량이 허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퇴직이 승인된 저성과자와 '평등의 원칙' 위반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력 생산성을 높이려 실시한 특별퇴직에서 회사에게 필요한 인력을 대상자로 할 이유가 없다"며 "성과평가 최상위권자는 승인하지 않고, 성과평가가 하위인 자를 우선 순위로 설정한 심의 기준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재량권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사가 축하를 해주는 등 승인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했다는 A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업부장은 특별퇴직을 승인할 권한이 없다"고 일축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약 2400명의 은행원이 희망퇴직을 통해 직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5대 은의 1인당 평균 희망퇴직금은 3억 원대 초·중반 대에서 형성된다. 여기에 법정 퇴직금까지 합치면 수억 원의 목돈 마련이 가능해 재취업이나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이러다 보니 생산적 향상을 위한 희망퇴직에서 고성과자들이 신청하는 '역선택'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가 설정한 심사기준을 차별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법정 퇴직금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지만 특별 위로금은 회사가 정책적으로 지급하는 '시혜적 금품'에 가깝다"며 "누구를 내보내고 누구를 붙잡을지 기준 설정은 회사의 고유한 경영 판단 영역이라는 점을 법원이 재확인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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