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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증시 퇴출’ 정책에 바이오 기업 ‘된서리’

입력 2026-02-23 07:51  

이 기사는 02월 23일 07: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에 속도를 내면서 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적 부진 기업을 신속히 정리해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장기간 연구개발(R&D) 투자가 불가피한 바이오 산업 특성상 다수 상장사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엄격한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을 적용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총액 기준이 강화되고, 주가 수준까지 상장폐지 요건에 추가되면서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상장폐지 시가총액 요건 상향 계획을 앞당겨 올해 7월부터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기업을 상장폐지 대상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경우 기준은 300억원이다. 내년 1월부터는 기준이 한층 더 강화돼 코스닥시장은 시가총액 300억원, 코스피는 500억원 미만 기업이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더해 주가 기준도 새롭게 도입한다. 오는 7월부터 주가가 1000원 미만으로 일정 기간 머무는 이른바 ‘동전주’ 역시 관리·퇴출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동전주는 시가총액이 작고 유동성이 낮아 주가 변동성이 크고, 주가조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고려됐다. 미국 나스닥시장이 주가 1달러 미만 종목에 대해 상장유지 요건을 두고 있는 점을 참고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바이오 업종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이 300억원에 못 미친 곳은 총 21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에는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엑셀세라퓨틱스도 포함됐다. 상장 이후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장 후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상장폐지 위험군으로 분류된 것이다.

셀레스트라, 피플바이오, 바이오인프라 등도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으로 현 기준이 유지될 경우 상장폐지 압박에 놓이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이 상장 유지를 위해 자사주 매입이나 무상증자 등 주가 부양책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가 기준으로 분류되는 ‘동전주’ 바이오 기업도 적지 않다. 현재 주가가 1000원 아래에 머물고 있는 기업으로는 코스피 상장사 에이프로젠을 비롯해 코스닥시장 상장사 휴마시스, 씨엔알리서치, 경남제약 등이 꼽힌다.

금융당국은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단기 주가 하락만으로 즉각 퇴출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실적 개선이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입증하지 못할 경우 회복 국면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부담은 상당하다.

업계는 법차손 규제에 더해 주가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법차손 규제는 최근 3년간 계속사업 손실이 누적될 경우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바이오 업계는 최소한 기술력과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서는 법차손 요건을 완화하거나 유예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신약 개발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 상당수는 매출 창출 이전 단계에서 대규모 R&D 비용을 투입하는 구조인 만큼, 실질적인 가능성과 무관하게 법차손 요건에 걸리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금융당국은 실적 개선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증시에 장기간 존치시키는 것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바이오 산업처럼 성과 가시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업종에까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는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바이오 기업의 신규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안에 실적이나 주가를 통해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법차손이나 시가총액 요건으로 곧바로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몸집이 작은 기업의 상장 심사에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규 상장이 막힐 경우 바이오 기업이 연구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 기업을 가려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성장 산업의 싹까지 함께 자르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퇴출 속도에만 방점이 찍힐 경우 바이오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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