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우리금융 성장지원부문장

“공시 의무화는 데이터 신뢰성을 요구하고, 전환금융은 산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요구한다. ESG는 이제 규제 대응을 넘어 금융사의 전략과 수익 구조, 리스크 관리 체계 전반을 재정의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마련,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 ESG 정책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ESG를 전사적 전략으로 고도화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김병규 우리금융 성장지원부문장은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ESG는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금융의 본질’이면서 핵심 요소”라며 “ESG 정책 변화를 전략·영업·리스크 전반의 구조적 전환 이슈로 인식하고 이에 맞는 제도적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G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2030년까지 ESG금융 100조 원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지원 규모는 67조 원을 넘어섰다. 매년 10조 원 규모로 ESG 금융을 확대해 온 결과다. 2025년에는 한국형 녹색채권 2500억 원을 포함해 총 3조 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한국형 녹색채권을 통해 무공해 운송 인프라 구축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부합하는 사업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단순한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과 전환금융 체계 마련, 자연자본 공시 고도화, ESG 임팩트 정량화 등 실행 중심 전략도 병행하며 전략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ESG 요소를 금융 및 경영 활동 전반에 통합하기 위해 ESG금융 원칙을 제정해 전사에 적용하고 있으며, 금융 활동이 환경과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도록 환경·사회 리스크 모범규준(ESRM)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김 부문장을 만나 우리금융지주의 ESG경영 전략과 향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ESG 공시 의무화와 기후금융 확대 등 정책 환경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금융권과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우리금융은 이를 ‘ESG 부서의 과제’로 보지 않고 전략, 영업, 리스크 전반에 걸친 전사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ESG는 금융의 본질과 분리할 수 없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한다.”
공시 대응 체계는 어떻게 구축했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통합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검증·보고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공시 정확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ESG 정보는 자본시장 신뢰의 기반이기 때문에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봤다.”
기후금융과 전환금융 실행력은 어떻게 높이고 있나.
“기후금융 분야에서는 우리은행이 여신 심사 전 과정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국내 금융사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녹색분류체계 상담 서비스를 도입해 복잡한 녹색금융 기준을 현장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 전환금융과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제정 논의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해 왔다. 가이드라인 확정 이후에는 이를 반영한 그룹 차원의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마련해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ESG 철학적 출발점이 궁금하다.
“우리금융의 ESG는 시대 흐름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127년 전 창립 이념에서 출발했다. ‘화폐융통은 상무흥왕의 본’이라는 정신, 즉 금융을 통해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철학이 ‘금융을 통해 우리가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지금의 ESG 비전으로 이어졌다.”
우리금융만의 ESG 추진 동력과 조직문화 차원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우리금융의 정체성은 금융회사인 만큼 금융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발표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5년간 80조 원을 투입해 기업 혁신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과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적 금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개인신용대출 금리에 7% 상한을 도입했다. 또 우리다문화장학재단, 우리금융미래재단 활동을 통해 장기적 관점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2012년 이후 약 7700명의 아동·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지원했고, 자립준비청년, 시각·청각 수술 지원 대상자 등 제도권 밖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ESG는 단기 캠페인이 아니라 조직문화로 내재화돼야 지속가능하다고 본다.”
탄소 배출량 관리 전략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탄소감축은 내부 배출량 관리와 금융 배출량 관리, 두 축으로 접근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한국수자원공사와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소수력 발전 재생에너지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2200톤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예상된다. 태양광 설비 설치와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 교체도 병행하고 있다.
금융 배출량 관리 측면에서는 금융집약도가 높은 7개 핵심 산업을 선정해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측정·관리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탄소 업종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과 저탄소 전환 지원을 병행하며 산업별 감축 전략을 단계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다. 관련 내용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기준에 따라 매년 공개하고 있고 지난해 글로벌 지속가능성·ESG 평가기관 CDP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리더십’ 등급을 획득했다.”
TNFD 대응 현황과 생물다양성 관리 현황은.
“우리금융은 2022년 국내 기업 최초로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포럼에 참여했다.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 리스크와 기회를 체계적으로 점검해 공시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금융자산을 포함한 자연자본 영향 평가도 심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실질적인 활동으로는 캄보디아 스투트랭 지역에서 국외산림탄소축적증진(REDD+) 사업을 추진해 산림 보전과 온실가스 감축, 생물다양성 보호, 지역사회 소득 향상을 동시에 도모했다. 국내에서는 동서트레일 조성 사업에 참여해 산림 생태계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앞으로도 TNFD 권고안에 기반한 공시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생물다양성 보전과 자연자본 관리 활동을 체계적으로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
ESG 임팩트 측정은 기업가치에 어떤 의미가 있나.
“2024년 한 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약 5조1619억 원으로 측정했다. ESG 활동을 정량화해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기적으로 영업이익과 직결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고 본다.
첫째는 리스크 관리다. 사회적 가치는 위기 상황에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요소다. 둘째는 자본시장 신뢰다. ESG 성과를 데이터로 제시함으로써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보다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셋째는 브랜드 자산이다. 포용금융과 환경 개선은 신뢰라는 무형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ESG 거버넌스 체계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2021년 이사회 산하에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도록 했다. 단순 승인 기구가 아니라 전략과 실행을 점검하는 핵심 의사결정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다양성, 인권경영 등 주요 이슈를 정기적으로 검토했고 ESG 원칙과 정책을 제·개정했다. 이러한 체계를 인정받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SG 평가에서 3년 연속 AAA를 획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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