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3일 10: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산 남포동 생활형숙박시설 개발사업에 투자한 사모 부동산 펀드에서 대규모 잔금 미납 사태가 발생해 개인 투자자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양률은 80%에 육박하지만 잔금 납부가 지연되면서 분양대금 유입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분양자 소송까지 겹치며 펀드 상환 재원인 현금흐름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상 후순위 투자자의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라이언남포동생활형숙박시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5호' 펀드가 손실 위기에 직면했다. 오라이언자산운용이 운용하고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사모 부동산 펀드로 2022년 5월 설정됐다. 모집액은 160억원이며 개인 투자자 63명이 가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펀드의 기초 자산은 부산 중구 남포동 '더베이먼트 테라스 스위트 2차' 개발사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이다.
해당 자산의 2025년 11월 기준 분양률은 약 79% 수준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시점 잔금 완납은 83실에 그쳤고 미납은 272실이었다. 잔금 미납 규모는 약 368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분양 계약 체결 규모에 비해 실제 현금 유입은 크게 부족했다.
대규모 잔금 미납 사태의 배경으로는 공사 지연과 하자보수 장기화가 지목됐다. 당초 일정은 2024년 6월 준공 후 입주 시작이었다. 하지만 건축자재 수급 지연과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실내 가구·가전 설치 공정 지연 등이 겹쳐 공정이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하자보수 공사가 길어지면서 사용승인을 받은 뒤에도 정상적인 입주가 바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사업장은 2024년 9월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실질적인 입주는 지난해 말부터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입주 일정이 장기간 뒤로 밀리면서 수분양자들의 자금 집행이 막히고 계약 해지·분쟁 움직임이 확산돼 잔금 납부가 더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기야 일부 수분양자는 집단소송에 나섰다. 수분양자 38명은 시행사 라온홀딩스, 신탁사 신한자산신탁, 시공사 계담종합건설 등을 상대로 분양계약 해제 및 대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25년 11월 1심 선고에서 분양계약 해제를 인정하며 수분양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시행사 측은 즉시 항소했지만 다른 수분양자의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소송이 확대되면 잔금 회수 여건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분양대금 유입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펀드 원금 손실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해당 PF 약정 규모는 약 1040억원으로 선순위 770억원, 중·후순위 구조로 이뤄져 있다. 분양대금 유입이 막히면 선순위 상환이 우선되는 구조상 후순위 투자자의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운용사 측은 "아직 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고 채권 회수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법원에서도 입주 지연 등의 귀책은 시공사에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는 운용사와 판매사가 초기부터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분양 당시 사용 제한이 있는 숙박시설임에도 주거 가능성이 강조됐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내부 실사 과정과 리스크 고지 적정성에 대한 확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을 판매한 한국투자증권 측은 "점검 결과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2021년 이후 생활형숙박시설 규제 강화 국면에서 나타난 분양 부실이 금융상품 손실 위험으로 이어진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021년 건축물분양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 분양 시 주거 사용이 불가능하고 숙박업 신고가 필요하다는 설명 의무를 강화했고, 같은 해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거용 사용 시 이행강제금 부과 근거도 명확히 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 단속이 본격화하면서 실거주 수요가 위축되고 계약 해지와 잔금 납부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생숙은 규제 변화가 분양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산"이라며 "분양 차질이 발생하면 PF 상환 구조가 흔들리면서 펀드 투자자 손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생활형숙박시설의 주거 전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피스텔 등으로의 용도 변경을 허용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다만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공공기여와 건축 규정 충족 여부 등 현실적인 제약이 여전히 남아 있어 실제 전환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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