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특례시가 삼성전자 법인지방소득세 급감이라는 초유의 세입 충격을 딛고 2024회계연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지방소득세 수입이 2022년 2141억원에서 2024년 0원으로 증발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쳐 지방세 수입이 한 해에만 1764억원 쪼그라드는 이중 타격을 받는 와중에도 수원시는 버텼다. 10년 연속 400억원대 체납 징수, 지방채 2300억원 조기 상환, 통합재정안정화기금 1300억원 투입이라는 3중 방어선이 작동한 결과다.
◇10년 연속 400억원 징수…유사 지자체 중 체납액 최저
23일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수원시는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체납액 400억원 이상을 징수했다. 고양·용인·화성·성남 등 재정 규모가 비슷한 4개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체납액은 1945억원(2024년 결산 기준)인 데 비해 수원의 체납액은 1302억원으로 평균보다 643억원 적다. 세수 감소기에 현금성 세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완충 역할을 한 것이다.
징수 방식은 고강도다. 고액·상습 체납자에게는 징수기동반 투입, 가택수색, 부동산·차량 압류, 번호판 영치, 금융자산 조회를 동시에 가동했다. 가상자산 추적도 새로 도입했다. 반면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분할 납부와 납세 상담을 병행하고 모바일 전자고지로 납부 편의를 높였다. 고의 체납과 일시적 위기를 구분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세입 감소기일수록 체납 관리 역량이 곧 재정 안정성"이라며 "수원시는 징수 행정의 밀도를 높여 세입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법인지방소득세 73% 급감에도 긴축 대신 지출 구조 재설계
수치는 냉혹했다. 삼성전자 법인지방소득세는 2022년 2141억원에서 2023년 1517억원으로 줄더니 2024년에는 0원으로 3년 연속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타 법인지방소득세도 741억원으로 전년 대비 41.9% 쪼그라들었다. 전체 법인지방소득세 수입이 2791억원에서 741억원으로 약 73% 급감했고, 지방세 총액도 1조1742억원에서 9978억원으로 약 15% 줄었다.
그러나 수원시는 전면 긴축을 선택하지 않았다. 복지·안전·필수 인프라 예산은 그대로 유지하되 행사성·일회성 사업을 걷어내고 투자 우선순위를 재배치했다. 불용액 최소화와 집행률 점검으로 재정 집행 관리도 조였다. 급격한 긴축이 지역 소비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세입 감소분은 내부에서 흡수하되 지역경제 하방 압력은 키우지 않는 방식이다. 경기 대응형 재정 운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방채 2300억원 조기 상환…1인당 채무 45% 줄었다
수원시는 위기 속에서도 채무를 줄였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지방채를 총 2300억원 조기 상환했다. 2022년 377억원, 2023년 573억원, 2024년 706억원, 2025년 676억원으로 매년 상환 속도를 높였다. 그 결과 지방채 잔액은 2021년 말 기준 약 3712억원에서 지난해 말 약 2055억원, 올해 말에는 약 1428억원으로 줄었다. 주민 한 명당 채무액은 2021년 31만 4000원에서 2024년 17만 2000원으로 45% 감소했고, 2025년에는 12만원으로 더 내려갔다.
이자 지출 감소는 경직성 지출 부담 완화로 이어졌으며, 경기 회복기에 재투자 여력을 확보할 기반도 마련됐다. 2024년 결산 기준 공공기관을 포함한 전체 부채 4762억원도 유사 지자체 평균 수준이다. 이 중 영통지구 기반시설 예치금(682억원)·퇴직급여충당부채(366억원) 등 실질 상환 부담이 없는 일시적 보관금이 상당액을 차지한다. 단순 수치만으로 재정 건전성을 재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금 1300억원 투입…현안 사업 한 건도 멈추지 않았다
법인지방소득세 급감과 지방채 상환이 맞물려 2024년 총 2470억원의 재정 부담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에 수원시는 평시에 적립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1300억원을 투입해 정면 돌파했다. 사회간접자본(SOC) 보수와 생활 밀착형 환경 인프라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했다. 세수 부족을 이유로 주민 생활과 직결된 현안 사업을 미루지 않았다.
2024년 결산서상 통합재정수지는 1386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금을 꺼내 쓰면 회계상 수입보다 지출이 커지는 구조적 특성에 따른 결과다. 재정자립도는 본예산 기준 2025년 42.9%, 2026년 41.6%로 40% 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회복이 가시화하는 2027년부터는 법인지방소득세 수입 증가도 기대된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세입 구조 다변화는 여전히 과제지만 위기 대응 방향은 분명했다"며 "체납 징수, 채무 감축, 기금 활용으로 재정 충격을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묶었다"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