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사회공헌이 ‘얼마를 냈는가’에서 ‘무엇을 남겼는가’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단발성 성금보다 취약계층이 실제로 부딪히는 비용과 공백을 메우고, 장비·훈련·식사·교육처럼 결과를 좌우하는 현장형 인프라를 채우는 방식이 늘었다.후원의 형태도 촘촘해졌다. 비인기 종목을 장기 후원해 선수 저변을 키우거나 임직원이 기획부터 봉사까지 직접 맡아 참여 문화를 굳히는 흐름이 눈에 띈다. 기술기업은 안전·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솔루션형 봉사를 결합하고, 대학은 학생 주도의 자율 봉사로 지역사회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LG는 국내외 훈련과 장비를 지원해 훈련량을 성적으로 바꾸는 기반을 마련했다. 아이스하키도 성인 대표팀뿐 아니라 남녀 청소년 대표까지 폭넓게 후원하며 선수층을 두텁게 하고, 대회 성과가 관심으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해 왔다. 단순 후원 로고를 다는 수준이 아니라 선수들이 꾸준히 훈련하고 국제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최소 조건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라는 평가다.
신한금융그룹은 취약계층 지원 사업 ‘그냥드림’에 3년간 100억원을 투입하며 기존 계획보다 지원 폭을 크게 늘렸다. 결식 문제 해소를 위해 공공 배달앱 기반 ‘땡겨요 상생가게’를 운영해 입점 소상공인이 음식 나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과 연결해 지역의 공급망과 가게를 함께 살리는 설계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임직원 참여도 상시 캠페인으로 독려하고 있다. ‘솔선수범 릴레이’는 구성원이 아이디어부터 모금·봉사까지 직접 수행하는 구조다. 청년 지원 분야에선 장애 청년 해외연수, 자립 준비 청년 장학·교육·상담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지역별로는 이동 급식, 떡국·방한용품 전달, 노숙인·산재장애인·아동 그룹홈 등 대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활동을 전개했다. 같은 명절 봉사라도 지역이나 대상마다 필요한 것이 다른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사회공헌의 초점을 ‘기부’에서 ‘역량 이전’으로 옮긴 사례다. 화재에 취약한 지역의 ‘보이는 소화기’ 점검은 현장 점검 결과를 QR로 등록하고, 소방서가 정비를 맡는 방식으로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를 구현했다. 이 회사는 임직원 참여형 활동을 정례화해 봉사 인력과 시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임직원 수요를 반영해 유기묘 돌봄, 점심시간을 활용한 ‘볼런치어’ 같은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더 큰 축은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창의캠프다. 임직원이 직접 코딩 교육 현장에 들어가 체험 중심 수업을 진행하고, 교구·태블릿 연동 실습으로 정보기술(IT)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화 기여도 병행해 오케스트라 공연 등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만들고, 연말 성과 공유회로 경험을 전파한다. 봉사상·수기 공모전으로 참여 동기를 강화하는 것도 특징이다. 학교가 인센티브와 기록 체계를 마련해 봉사의 지속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동 지원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룹 계열사와 협업해 국내 기업 성장을 위한 마중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을 통한 사회공헌을 목표로 설립된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는 침체된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지난해 총 12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집행하며 초기 기업의 성장을 지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한투 바른동행 셰르파 펀드' 출자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한 ‘꿈을 꾸는 아이들’은 학업·예술·체육 분야에서 잠재력이 있는 아동·청소년을 장기간 후원해, 지원이 실제 성장과 성과로 이어지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재원은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적립하는 매칭 그랜트가 중심이다. 가족 참여 봉사단은 벽화 그리기·나무 심기 등 현장 활동으로 지역과의 접촉면을 넓혔다. 돈만 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구성원이 ‘같이 만든다’는 감각을 키워 사회공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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