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처럼 만들겠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옛 석탄화력발전소를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언론에 밝힌 청사진이다. 테이트재단이 문 닫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으로 되살린 것처럼 총 사업비 724억원을 투입해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를 복합문화공간이자 한국의 문화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올해 개관을 준비 중인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는 운영 주체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식 절차를 밟아 채용된 직원들은 해고 위기에 처했다.
23일 문화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올해 개소 예정인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의 운영·관리를 위해 2024년 말 설립한 비영리재단 국립문화공간재단의 해체를 검토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립문화공간재단이 없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들 고용 승계 여부는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재단은 지난해 문체부 장관이 재단 대표를 임명하는 등 문체부 주도로 설립됐다.
당초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는 문체부의 역점 사업이었다. 2024년 문체부는 중점관리 대상사업에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를 포함하기도 했다. 재단은 운영계획 수립 등을 위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직원 14명을 채용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초대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지난해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이 임명한 초대 대표는 우상일 전 문체부 예술국장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이후 문체부 장관이 바뀌었고 지난해 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26년도 문체부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런 의견을 끼워넣었다. "문체부는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조성 사업의 위탁을 위해 2024년 신설된 국립문화공간재단을 해체하고 사업을 유사 공공기관으로 통합한다. 문체부는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개관 준비 사업의 인건비는 13억4000만원(국립문화공간재단 대표 인건비 삭감)으로, 사업비는 17억5000만원으로 편성하고, 공공기관 운영 효율화 및 예산 절감 등을 위해 당인리 개관준비 업무를 국립문화공간재단이 아닌 다른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 등에서 할 수 있도록 개편방안을 마련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대표 인건비 삭감 요구가 있어 현재 재단 대표는 비상임 상태로 전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운영 주체를 둘러싼 혼선은 문체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왔다. 당초 운영·관리 주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였지만 2023년 7월 문체부로부터 갑작스레 위탁 중지 통보를 받았다. 그해 9월 ARKO 전체회의에서 당시 정병국 위원장이 "현재는 사임하신 (박보균) 문체부 장관께서 이 사안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고 이것은 문체부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서 일단 그렇게 결정이 났다고 들었다"고 설명하자 정정숙 위원은 "저희가 조직까지 만들어서 운영해왔는데 이것을 다시 넘기는 과정에서 사전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의 운영 주체가 불분명해지면서 정식 절차를 거쳐 채용된 직원들의 고용 승계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직원들은 정식 절차를 거쳐 채용됐기 때문에 현재는 사업비와 인건비를 편성해서 집행하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 재단을 개편할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화계에서는 문체부 산하기관장을 둘러싼 혼란이 확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립국악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영상자료원 등이 새로운 수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소위 '친명' 인사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최근 국립정동극장 이사장으로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이 대통령 유세 찬조 연설에 나선 배우 장동직 씨가 임명됐다. 한 문체부 산하 기관 관계자는 "직원들은 정권과 상관없이 그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라며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에 줄줄이 낙하산 인사가 올까 봐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구은서/이주현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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