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街)가 코스피지수 전망치 상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국내 증시를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눈높이가 견고한 데다 피지컬 인공지능(AI) 부각, 상법 개정 등 증시에 우호적 환경들이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라증권은 23일 '한국 전략' 보고서에서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7500~8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12.0∼13.0배, 주당 장부가액 비율(P/BV) 2.1∼2.2배, 자기자본이익률(ROE) 18.6%를 적용한 수치다.
범용 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슈퍼사이클, AI 설비투자 밸류체인과 방산 업종의 견조한 실적, 피지컬 AI 테마 재평가 등 4가지가 지수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는 실적 면에서 올해와 내년 코스피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을 각각 129%와 25%로 예상했다. 지난 1월 제시한 96%와 23% 대비 상향된 수치다. 특히 메모리 기업들이 전체 순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각각 64%와 71%를 차지하며 코스피 이익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뿐만 아니라 국내외 증권사들은 최근 일제히 코스피 전망치 상단을 높이고 있다. 실제 NH투자증권이 지난 5일 코스피 목표치를 7300으로 높여 잡은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밴드 상단을 기존 5650에서 7250으로 대폭 올렸다. 하나증권은 지난 19일 코스피 지수 상단을 7900까지 높여 잡았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7500, 씨티그룹은 7000으로 상향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말 2026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330조원에서 올해 2월 457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며 "특히 코스피 순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의 96%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같은 기간 동안 137조원에서 259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2년 이상 연속으로 순이익 증가 연도의 주가수익비율(PER) 고점 평균은 12.1배"라며 "12개월 예상 순이익에 해당 PER을 적용할 경우 이론적 시가총액은 3225조원으로 증가하고 2월 현재 대비 74.8%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 가치 재평가(밸류에이션 리레이팅)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유동성 증가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집계한 은행 저축성 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42조원 감소했다. 연말에는 보통 계절적 요인으로 20조원가량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20조원 이상 추가 유출이 발생한 셈이다.
이 자금은 대부분 주식시장에 흘러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 지난 2일 기준 111조297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도 지난해 12월 14조4000억원에서 올 1월 27조1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약 88% 증가했다.
이후에도 거래대금 증가세는 이어지는 추세다.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29조3338억원으로 집계되면서 3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지난달보다 8.4% 늘어난 수준이며,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약 140% 증가한 규모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주식시장 내 자금 이동이 아니라 새로운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도 "글로벌 유동성(12개국 광의통화 'M2' 합산)은 118조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국내 고객 예탁금도 103조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해선 추가적인 주주환원 제고와 거버넌스 개혁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디 박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상장사들은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 과도한 현금 보유, 비핵심 자산 보유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와 함께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복 상장으로 한국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 대비 할인율은 50% 이상으로 주요 해외 시장의 약 30% 수준보다 높은 편"이라며 "한국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지속하려면 중복상장 구조를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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