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소득가설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지지한다. 소득과 소비가 정비례한다면 경기 부양책, 그중에서도 소비 쿠폰처럼 가계 가처분소득을 직접적으로 늘려주는 정책은 소비 증가로 즉각 연결될 것이다.절대소득가설은 케인스가 활약한 대공황 시기의 산물이다. 케인스가 보기에 가계 소비가 위축된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대량 실업으로 소득이 줄었으니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케인스는 절대소득가설을 근거로 정부가 돈을 쓰고 일자리를 만들어 가계 소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그래서 완벽한 것 같았던 절대소득가설의 허점이 드러났다. 우선 소득 변동 폭에 비해 소비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소득이 늘거나 줄어도 소비는 비교적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소비 평활화’가 관찰됐다. 또 소득 수준이 같아도 개인마다 소비 수준에 꽤 큰 차이가 나타났다.
그러면서 소득을 항상소득과 임시소득으로 구분했다. 항상소득은 장기간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발생하며 예측 가능한 소득이고, 임시소득은 일시적 성격의 예측 불가능한 소득이다. 매달 받는 월급이 항상소득이라면 연말에 받는 성과급은 임시소득에 가깝다.
프리드먼은 소비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임시소득이 아니라 항상소득이라고 봤다. 이 같은 프리드먼의 이론을 항상소득가설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소비 쿠폰 같은 정책은 소비 진작 효과가 없다. 합리적 소비자는 소비 쿠폰이 일회성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소비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할 것이다. 프리드먼의 이론 체계에서 소비가 증가하려면 일자리가 많아지고, 월급이 오르고, 장사가 잘돼야 한다. 또 일회성 지원보다는 영구적 세율 인하가 효과적이다. 세율을 낮추면 항상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소득 수준이 높다고 해서 그에 비례해 소비 수준을 높일 수는 없다. 소득이 사라질 노후를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재 소득뿐 아니라 평생 소득까지 감안해 소비 규모를 결정한다는 모딜리아니의 주장을 생애주기가설이라고 한다.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생애주기가설은 그냥 뻔한 얘기 같다. 하지만 모딜리아니가 이 주장을 처음 제기한 1950년대 중반에는 획기적인 이론이었다.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한국 같은 초고령사회에서는 노후에 대한 불안이 소비를 제약한다.
극심한 경기 침체기엔 소비 쿠폰 같은 비상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용 불안과 노후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면 일회성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친다는 것이 소비 이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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