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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왕' 사살…그 뒤엔 서반구 장악 노린 美

입력 2026-02-23 17:21   수정 2026-02-24 01:23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멕시코 정부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 두목을 사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후 쿠바와 멕시코로 압박 범위를 넓히며 중남미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 ‘마약왕’ 사살…美가 도와
멕시코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군사작전을 통해 마약 밀매 집단인 ‘할리스코신세대카르텔’(CJNG)의 두목 네메시오 오세게라(일명 ‘엘 멘초’)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엘 멘초는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 타팔파에서 벌어진 군사작전으로 부상을 입고 멕시코시티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이번 작전으로 엘 멘초를 포함해 7명이 사살되고 2명이 체포됐으며 장갑차와 로켓 발사기 등 각종 무기가 압수됐다. 할리스코주는 미국으로 펜타닐 등 각종 마약을 대량 밀수출해온 CJNG의 근거지다.

가난한 환경에서 아보카도를 팔며 성장한 엘 멘초는 멕시코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1990년대부터 마약 밀매에 가담했다.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마약 유통 모의 혐의로 약 3년간 복역했다. 출소 후 멕시코로 추방된 엘 멘초는 시날로아 카르텔 계열 조직 두목의 딸과 결혼한 뒤 2010년 할리스코주를 거점으로 CJNG를 조직해 세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후 CJNG는 시날로아 카르텔을 제치고 멕시코는 물론 세계 최대 마약 밀매 조직으로 떠올랐다.

이번 멕시코 정부의 군사작전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마약 카르텔 소탕 요구에 대한 대응 성격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CJNG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엘 멘초에게 현상금 1500만달러(약 216억원)를 내걸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 주도로 지난해 말 출범해 여러 미국 정부 기관이 참여한 ‘범정부 카르텔 대응 태스크포스’가 멕시코 정부의 이번 작전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국방부는 엘 멘초 사살 소식을 전하며 “미국 당국이 양국 간 협력 틀 안에서 보조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SNS에 “멕시코 보안군이 가장 잔혹하고 무자비한 마약 조직 두목 중 한 명인 엘 멘초를 사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이는 멕시코, 미국, 라틴아메리카, 세계를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서반구 장악 속도
이번 작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 들어 미주 대륙 등 서반구에서 영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쿠바는 스스로 무너질 것” “쿠바로 가는 석유와 돈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쿠바를 압박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쿠바는 원유 공급이 끊기며 극심한 불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를 향해서도 지난달 8일 “카르텔이 멕시코를 장악하고 있다” “이제 마약 카르텔에 대한 지상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는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유입되는 마약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종종 갈등을 빚어온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멕시코 싱크탱크 멕시코에발루아의 아르만도 바르가스 안보전문가는 “셰인바움 대통령은 엘 멘초의 몰락을 자신의 치안 전략이 성공했다는 증거로 내세울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운신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작전이 멕시코 내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이크 버고인 애리조나대 교수는 “할리스코주에서 대규모 권력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며 “멕시코 정부가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내분과 폭력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 멘초 사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카르텔 조직원들이 할리스코주와 인근 지역에서 차량을 불태우고 도로를 봉쇄하는 등 보복성 폭력 사태가 수 시간 동안 이어졌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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