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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중국산에 '비명' 쏟아졌는데…K철강 살릴 '묘수' 정체

입력 2026-02-23 17:33   수정 2026-02-24 01:37

정부가 자국에서 남아도는 열연강판을 한국에 10% 이상 싸게 ‘밀어내기’ 판매한 중국과 일본 철강업체에 최대 33%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그 대신 한국 수출 물량을 줄이고 판매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린 중·일 업체에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가격 약속’ 제도를 도입한다. 미국의 50% 관세 폭탄과 중·일의 저가 공세로 이중고에 빠진 국내 철강산업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통상 갈등을 줄이는 ‘묘수’가 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6월 내 시행 예정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23일 국내에 들어오는 중·일 열연제품에 수출 기업별로 28.16~33.43%의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잠정 관세는 재정경제부 검토를 거쳐 오는 6월 안에 확정해 즉각 부과한다.

이번 조치는 무역위가 작년 7월 덤핑 예비 판정을 내린 지 약 7개월 만에 나왔다. 열연강판은 냉연강판을 비롯해 도금강판, 컬러강판, 강관 등 대다수 판재류에 쓰이는 기초 철강재로 국내 시장 규모만 10조원에 이른다.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 부과 움직임은 2024년 12월 시작됐다. 현대제철이 “값싼 중·일 제품이 시장을 교란한다”며 덤핑 조사를 신청했고, 무역위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3월 조사를 시작했다.

정부는 관세 부과와 동시에 통상 갈등을 막기 위해 가격 약속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가격 약속이란 수출 기업이 자국 내 가격 이상으로 수출 가격을 올리고 수출 물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면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제도다. 무역위는 일본 JFE스틸, 일본제철 등 3개사와 중국 바오산, 번강 등 6개사가 제안한 가격 인상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들 9개사는 국내 열연 총수입량의 81%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업체다. 이들 업체가 약속을 위반하면 정부는 즉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

무역위는 이번에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공구강 등 일부 품목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강관, 자동차, 조선 등 수입 열연을 재료로 쓰는 한국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부진한 열연 시장 활기 찾을까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는 철강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열연강판 국내 소비량은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으로 2021년 814만t에서 지난해 609만t으로 4년 동안 25.2% 줄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열연강판 수출 물량은 같은 기간 각각 10.5%, 15.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기업은 내수 침체에 따른 공급 과잉 문제를 풀 수 있는 곳으로 가까운 한국을 선택했다”며 “운송비가 많이 드는 철강재 특성상 운송 거리가 짧은 한국이 최적의 밀어내기 장소였고,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업체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중국·일본과의 가격 차도 상당하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일본산과 중국산 열연강판 평균 가격은 작년 7월 t당 70만8000원으로, 국산(81만2000원)보다 10만4000원(12.8%) 저렴했다. 한국 도착 후 내는 관세와 통관비, 내륙 운송비를 제외하면 본국 수출 가격은 한국 제품보다 15~20% 이상 낮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작년 9월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한 이후엔 일본과 중국 기업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차가 5% 안팎으로 좁혀졌다. 열연강판 같은 기초 판재류는 특수강에 쓰이는 경우를 제외하면 기술 격차가 거의 없어 가격이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핵심이 된다.

정부는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국내산 열연강판 출하량이 100만t 이상 증가하고 시장 점유율은 약 8.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우섭/김대훈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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