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조(Terrazzo)는 대리석, 화강암, 석영 등과 같은 석재를 잘게 부순 골재를 시멘트와 안료 등에 혼합해 경화시킨 뒤, 표면을 연마하여 완성하는 마감재이다. 우수한 내구성과 유지·관리의 용이성 덕분에 현대 건축물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다. 혼합되는 골재의 종류와 입자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미적 효과를 구현할 수 있으며, 수축이나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삽입하는 분리대를 활용하여 다양한 패턴을 구상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시멘트 대신 에폭시 수지를 결합재로 사용하는 방식도 보편화되었는데, 이는 보다 얇은 두께로 시공할 수 있고 무게가 가벼우며 공정이 빠르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러한 테라조의 기원은 15세기 베네치아에서 모자이크 장인들이 버려진 대리석 조각을 재활용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이후 19세기 후반에 이탈리아 장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산업으로 확장되었고, 20세기 초 공공건물과 아파트의 바닥재로 사용되며 수요가 급증하였다. 그 후 테라조는 뛰어난 장식성과 내구성을 바탕으로 널리 사랑받는 건축 마감재로 꾸준히 자리매김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 부흥기였던 1970~90년대에 테라조는 돌보다 저렴한 경제성과 견고한 내구성이라는 합리적인 이유로 널리 사용되었다. 공공기관과 학교, 아파트 복도처럼 다수가 일상적으로 오가는 공간이라면 어디에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마감재였다. 또한 기능적 요구를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리대와 골재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패턴을 구성하며 나름의 심미성을 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 테라조는 ‘올드한 관공서’의 이미지, 환경 규제의 강화, 새로운 마감재의 등장에 따른 시장 구조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 속에서 점차 외면받는 시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에는 레트로 열풍과 맞물리면서, 동시에 재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현장 타설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공장에서 패널 형태로 제작해 타일처럼 시공하거나, 테라조 패턴을 프린트한 타일 제품이 출시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이로써 색상과 패턴 구현의 폭이 넓어졌고, 바닥 중심의 용도를 넘어 벽체, 가구, 장식적 요소로까지 활용 범위가 확장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3~15년,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Valentino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테라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사례는 또 한 번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매장의 벽과 바닥 전반에 적용된 테라조는 회색조 공간이 단조롭거나 차갑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절제된 모던함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특히 남성 매장에서는 팔라디아나(Palladiana) 방식(불규칙한 대리석 조각을 조합해 모자이크처럼 구성하는 기법)이 바닥과 계단의 전면에 적용되었다. 이는 그 자체로 독특한 시각적 밀도를 형성할 뿐 아니라 테라조와의 연속성을 만들어내고, 매장 내 다른 대리석 마감과 테라조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매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구성은 고전적인 재료들이 연출하는 현대적인 공간감각을 체험하게 함과 동시에 그동안 공공기관의 재료로 인식되던 테라조를 고급 상업공간의 재료로 재맥락화 하여 재료 이미지의 전환을 훌륭하게 해냈다.

테라조의 확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면서 분쇄된 플라스틱 조각이 만들어내는 표면은 공교롭게도 테라조와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형성하기도 한다. 네덜란드 기반의 Polygood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양한 패널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중에는 아예 ‘Terrazzo Nuovo’라는 이름의 제품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재생 플라스틱 패널은 가구와 벽 마감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며 전통적 테라조와 닮은 듯 다른 새로운 공간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지속가능 소재 전문 기업 Plasticiet은 Antwerp의 Ace & Tate 매장 디자인에서 파랑, 빨강, 녹색, 노랑의 원색이 두드러지는 대형 플라스틱 조각을 활용해 새로운 ‘테라조 효과’를 구현했다. 이는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입자 크기나 색조의 테라조와는 다르지만, 개별 조각을 모아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테라조의 본질적 특성을 유지한다. 이는 재료의 물질이 달라지더라도, ‘조각의 집합이 만드는 표면’이라는 구조적 원리만은 계승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언젠가 벽과 천장이 온통 백색 페인트로 덮인, 아무 장식도 없는 공간에 가만히 서 있다가 '80년대 건물이네'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보통 테라조라고 알고 있는 그 테라조가 바닥에서 뿜어내는 기운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준공 연도를 확인해보니 실제로 80년대에 완공된 건물이었다. 이처럼 특정 시대에 성행했던 재료는 그 시대와 함께 하나의 시간성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최근의 테라조는 과거의 이미지와 생산방식을 벗어나 계속 자신을 확장하며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어쩌면 가장 동시대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데코타일을 철거하고 1980~90년대의 테라조를 드러내도록 한 강의실에서 2000년 이후에 태어난 학생들이 '이 테라조가 너무 좋다'고 말하는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잠시 혼란스러워진다. 누군가에게는 덮어버리고 싶었던 과거의 흔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감각이 되는 이 표면 위에서 오래된 것은 재료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배세연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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