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화면을 가른다. 초록색 원피스를 잘 차려입은 극 중 톱스타 차무희(고윤정)가 다리가 아프다며 투덜댄다. 그녀가 매니저에게 던지는 첫마디. “이거 구두 증정이야, 반납이야?”
화려한 등장과 달리, 털털한 말투와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에게 주얼리는 단 하나뿐이다. 귀걸이만이 빛난다. 다른 장식은 없다. 의도적으로 비워둔 듯한 선택. 어떤 인물인지 설명되기 전, 색채와 대사 그리고 주얼리가 이미 그녀의 온도를 설정한다.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고, 차무희는 아슬아슬한 얇은 선 같은 외다리 위의 작은 점이 된다. 거대하고 높은 외딴 성을 향해 가는 외길 위에 홀로 선 존재. 화려하지만 고독한 위치. 최근 화제 몰이 중인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되나요?> 속 차무희는 말보다 이미지로 먼저 읽힌다. 그 이미지를 완성하는 그녀의 주얼리를 통역해 본다.

이어링은 과장된 드롭 대신 얼굴선을 따라 정제된 실루엣으로 마무리되고, 목걸이는 의상 위를 장악하기보다 쇄골 선에 자연스럽게 얹힌다. 이 선택은 명확하다. 브랜드는 배우의 후광을 빌리고, 배우는 브랜드의 완성도를 대변한다. 그러니 화면 속에서 강조되는 것은 로고가 아니라 일상에 스며든 조용한 주얼리다. 지금 세대가 원하는 럭셔리의 방식이다.
과도한 레이어링 대신 한두 개의 명확한 포인트가 필수다. 설명이 필요 없는 존재감 있는 디자인. 일상복에도 무대 의상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활용도. 이러한 스타일링은 소비자에게 은근히 속삭인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심플한 귀걸이 하나만으로 얼굴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식은 젊은 세대의 미니멀한 럭셔리 감각과 맞닿아 있다.

차무희일 때 그녀의 귀걸이는 귓불에 밀착된 스터드 혹은 짧은 드롭이다. 움직임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디자인으로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도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극 중에서 ‘미친년’이라 불리는 도라미가 되는 순간, 주얼리는 돌연 달라진다. 아예 사라지거나, 반대로 과감해진다. 귀걸이의 크기가 커지고, 길이가 길어진다. 귓불을 벗어나 턱선까지 내려오는 롱 드롭, 혹은 움직일 때마다 크게 흔들리고, 얼굴선 주변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의상과 메이크업이 변하는 순간보다 먼저, 귀걸이의 길이와 존재감이 분위기를 장악한다. 그 차이에서 우리는 캐릭터의 변화를 읽는다. 주얼리에는 대사가 없다. 그러나 인물의 정체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번역한다.

또 하나 잊히지 않는 아이템이 도라미가 핑크 트위드 재킷과 함께 착용한 긴 진주 목걸이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8화에 등장한 그 진주는 전통적인 우아함과는 결이 다르다. 단정하게 목을 감싸는 것이 아닌, 한 번 목을 감은 뒤 길게 늘어뜨린 자유로운 연출이다. 도라미의 직선적인 에너지, 샤넬 트위드, 긴 진주 목걸이라는 세 박자가 만나 극강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결국 이 장면은 하나의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진주는 언제나 옳다는 것을. 화면을 보고 있던 이들이 서랍 속 진주 목걸이를 꺼내 보게 만든다.
민은미 작가(주얼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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