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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이 픽한 보석은?…이 주얼리 통역 되나요 [민은미의 파인주얼리]

입력 2026-02-25 10:36   수정 2026-02-25 10:49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화면을 가른다. 초록색 원피스를 잘 차려입은 극 중 톱스타 차무희(고윤정)가 다리가 아프다며 투덜댄다. 그녀가 매니저에게 던지는 첫마디.

“이거 구두 증정이야, 반납이야?”

화려한 등장과 달리, 털털한 말투와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에게 주얼리는 단 하나뿐이다. 귀걸이만이 빛난다. 다른 장식은 없다. 의도적으로 비워둔 듯한 선택. 어떤 인물인지 설명되기 전, 색채와 대사 그리고 주얼리가 이미 그녀의 온도를 설정한다.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고, 차무희는 아슬아슬한 얇은 선 같은 외다리 위의 작은 점이 된다. 거대하고 높은 외딴 성을 향해 가는 외길 위에 홀로 선 존재. 화려하지만 고독한 위치. 최근 화제 몰이 중인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되나요?> 속 차무희는 말보다 이미지로 먼저 읽힌다. 그 이미지를 완성하는 그녀의 주얼리를 통역해 본다.
톱배우 주얼리인데…‘실용’을 선택하다
화면 속의 톱스타는 언제나 눈부시지만, 차무희는 눈부심의 방향이 다르다. 레드카펫을 위한 과장된 세트가 아니라, 현실의 보석함 안에 있는 피스들이 주를 이룬다. 차무희의 주얼리는 바로 그 지점이 주목할 만하다. 과거 극 중 여배우와 럭셔리 하우스의 협업이 상징적이고 기념비적인 하이 주얼리가 중심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인물을 빛내는 섬세함은 유지하되, 요란한 과시 대신 실용을 택했다.


이어링은 과장된 드롭 대신 얼굴선을 따라 정제된 실루엣으로 마무리되고, 목걸이는 의상 위를 장악하기보다 쇄골 선에 자연스럽게 얹힌다. 이 선택은 명확하다. 브랜드는 배우의 후광을 빌리고, 배우는 브랜드의 완성도를 대변한다. 그러니 화면 속에서 강조되는 것은 로고가 아니라 일상에 스며든 조용한 주얼리다. 지금 세대가 원하는 럭셔리의 방식이다.
젊은 세대의 ‘추구미’를 정확히 짚은 스타일링
고윤정이 연기한 차무희는 요즘 세대가 말하는 ‘추구미’의 표본이다. 극 중에는 샤넬 의상과 샤넬 백이 다양한 스타일로 등장한다.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매치한 트위드 셋업부터 발랄한 캐주얼까지 명품의 향연이 이어진다. 옷과 가방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선명하게 드러낸다면, 주얼리는 그 이미지를 정돈한다. 화사하지만 과하지 않게 말이다.

과도한 레이어링 대신 한두 개의 명확한 포인트가 필수다. 설명이 필요 없는 존재감 있는 디자인. 일상복에도 무대 의상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활용도. 이러한 스타일링은 소비자에게 은근히 속삭인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심플한 귀걸이 하나만으로 얼굴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식은 젊은 세대의 미니멀한 럭셔리 감각과 맞닿아 있다.
차무희와 도라미, 두 인물을 오가는 주얼리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하나의 얼굴 안에서 전혀 다른 결을 지닌 두 인물이 교차한다는 것이다. 도라미는 배우 차무희의 대표작에서 탄생한 좀비 캐릭터이자 그녀의 내면에 잠재된 또 다른 자아다. 차무희가 배우로서 공적인 자리에서 완벽하게 조율된 톱스타라면, 도라미는 본능적이고 솔직하며 날것에 가까운 에너지를 지닌 자유로운 영혼이다. 주얼리는 이 극명한 전환에서 분명한 역할을 한다.

차무희일 때 그녀의 귀걸이는 귓불에 밀착된 스터드 혹은 짧은 드롭이다. 움직임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디자인으로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도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극 중에서 ‘미친년’이라 불리는 도라미가 되는 순간, 주얼리는 돌연 달라진다. 아예 사라지거나, 반대로 과감해진다. 귀걸이의 크기가 커지고, 길이가 길어진다. 귓불을 벗어나 턱선까지 내려오는 롱 드롭, 혹은 움직일 때마다 크게 흔들리고, 얼굴선 주변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의상과 메이크업이 변하는 순간보다 먼저, 귀걸이의 길이와 존재감이 분위기를 장악한다. 그 차이에서 우리는 캐릭터의 변화를 읽는다. 주얼리에는 대사가 없다. 그러나 인물의 정체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번역한다.
심플한 귀걸이와 긴 진주 목걸이
첫 장면에서 초록색 원피스와 함께 등장한 차무희의 귀걸이는 콜로프(KORLOFF) 에클라 컬렉션이다. 과장된 길이나 컬러 없이,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그녀의 다른 귀걸이들도 공통점은 분명하다. 극 중 차무희가 착용하는 이어링은 작지만, 절대 단조롭지 않다. 쇼메(Chaumet)의 조세핀, 주 드 리앙, 비 드 쇼메 컬렉션. 다미아니(Damiani)의 미모사, 마르게리타 컬렉션. 샤넬(Chanel)의 코코 크러쉬, 루반 컬렉션. 프레드(Fred)의 포스텐 컬렉션 등 각 브랜드의 DNA를 보여주는 시그니처 라인 중 작고 기본적인 스타일이다. 스타일링의 중심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인물을 돋보이게 한다. 화려한 톱스타의 이미지가 과잉으로 흐르지 않도록 정제해 주는 시각적 브레이크 같다.


또 하나 잊히지 않는 아이템이 도라미가 핑크 트위드 재킷과 함께 착용한 긴 진주 목걸이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8화에 등장한 그 진주는 전통적인 우아함과는 결이 다르다. 단정하게 목을 감싸는 것이 아닌, 한 번 목을 감은 뒤 길게 늘어뜨린 자유로운 연출이다. 도라미의 직선적인 에너지, 샤넬 트위드, 긴 진주 목걸이라는 세 박자가 만나 극강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결국 이 장면은 하나의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진주는 언제나 옳다는 것을. 화면을 보고 있던 이들이 서랍 속 진주 목걸이를 꺼내 보게 만든다.
주얼리는 말없이 말한다
이 드라마는 언어와 사랑 그리고 자아를 번역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화면 속의 또 다른 통역사는 바로 주얼리다. 이 작품에서 주얼리는 화려함을 과시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인물의 균형을 잡고, 감정의 속도를 조율하며, 캐릭터의 개성을 낮추거나 끌어올리는 도구에 가깝다. 브랜드의 로고를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세대의 취향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절제된 존재감을 택한다. 차무희의 주얼리는 말없이 말한다. 그녀가 누구인지,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 주얼리가 인물을 통역한다.

민은미 작가(주얼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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