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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도 예외 없다…145조 중고시장 '대폭발' [글로벌 머니 X파일]

입력 2026-02-25 07:00   수정 2026-02-25 15: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이른바 '수리할 권리'가 확산하면서 제조사의 부품 독점 관행이 깨지고 있다. 145조원 규모의 글로벌 중고 제품 산업이 재제조 중심 순환 경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설 수리 권한 확산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디지털 전자기기 수리권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제조사의 '부품 페어링(Parts Pairing)' 관행과 기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리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부품 페어링은 제조사가 특정 제품 부품(메인보드 등)과 제품의 소프트웨어를 묶어 다른 부품을 쓰지 못하게 막는 방식이다.

제프 브리지스 콜로라도주 상원의원은 "부품 페어링과 소프트웨어 제한을 금지해 구글, 애플, 독립 수리점이 모두 합의한 최초의 상생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규정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공익연구그룹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연초 6개 주의 신규 법안이 발효됐고, 수리권 보호가 적용되는 주에 거주하는 미국 인구 비중은 25.75%에 도달했다.

일각에선 미국인 4분의 1 이상이 권리를 보장받게 되면서 제조사의 부품 강제 사용 강제가 끝났고, 진정한 제품의 소유권이 소비자에게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6월부터 '에코디자인 규정'을 적용했다. 제조사는 기기 단종 후 최소 7년간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을 5~10영업일 내에 공급할 법적 의무를 진다.

EU가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한 '수리 촉진 지침'은 제조사가 합리적인 시간과 비용 내에서 소비자에게 수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강제한다. 정당한 보안상의 이유 없이 수리를 방해하는 모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 기법을 유럽 전역에서 원천 불법화하는 것이 골자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이런 규제들이 시장에 완전히 안착할 경우 중급 스마트폰의 평균 수명이 기존 3.0년에서 4.1년으로 연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약 2.2 TWh(테라와트시)에 달하는 전기 절감 효과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중고 시장 커지나
이런 각국 정부의 움직임에 중고 스마트폰, 리퍼비시 기기, 추출 부품의 재사용 등을 포함한 '세컨더리 마켓'이 커질 전망이다. 과거 음성적인 사설 수리점들이 폐기되거나 도난당한 기기를 임의로 분해해 부품을 적출해 유통하던 행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중고 및 공식 리퍼비시 스마트폰 출하량은 4억 133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반도체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올해 신규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품 재사용을 위해서는 파손 없는 기기 해체와 검증이 필수다. 이는 로보틱스 및 검사 장비 산업의 호황으로도 이어진다. 예를들어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인공지능(AI) 기반 비파괴 자동 분해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호세 사엔스 프라운호퍼 수석 연구원은 "방대한 기기 데이터를 학습한 AI 기반 방법론으로 전자폐기물 해체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리권 확대로 완제품 제조사의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애플이 지난달 발표한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10~12월)' 실적에 따르면 총매출은 143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거시경제적 도전 속에서도 아이폰 부문에서 역대 최고의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제조사들은 자체 보상판매를 확대하고 공식 인증 중고폰으로 되팔아 2차 시장의 마진을 흡수하는 방어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제조사의 우회적인 통제권 연장에 대한 비판과 보안 논란은 여전하다. 애플은 중고 정품 부품 사용을 허용했지만, 도난 부품 차단을 명분으로 '기기 활성화 잠금'을 개별 부품으로 확대하고 교체 후 클라우드 서버 승인을 강제했다.

이에 대해 수리 커뮤니티 아이픽스잇의 카일 위엔스 CEO는 "부품 이력 추적과 소프트웨어 승인을 강제하는 행태는 보안을 핑계로 수리 생태계를 통제하려는 악의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폐기물 활용으로 핵심 자원 확보
관련 수리권 확산은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자폐기물이 경제적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유엔훈련조사연구소(UNITAR)가 2024년 발표한 '글로벌 전자폐기물 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6200만 톤에 달했다. 하지만 재활용 비율은 22.3%에 그쳤다. UNITAR는 버려진 철, 구리, 금 등 핵심 자원의 잠재적 가치가 62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부품 재활용은 이른바 '도시 광산' 역할도 한다. 상당수 선진국은 희소 광물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수리 생태계 확장은 단기적으로 신규 원자재 수요를 억제해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완충하는 헤징 수단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기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 가계의 내구재 지출 부담이 줄어들어 잉여 소득이 다른 부문으로 이전되는 인플레이션 방어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 수리권 확산은 완제품 및 부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스마트폰 및 가전 시장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제품의 제조 방식과 공급망 관리 체계를 바꿀 수밖에 없다.

특히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은 EU가 강제하는 에코디자인 규정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모듈형 설계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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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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