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때 고향인 춘천에서 가족들과 영화관에 갔을 때 얘기다. 번화가에 자리 잡은 큰 빌딩의 1층 상가인데도 공실이 넘쳐났다. 오가는 이가 많지 않아서인지 2층 영화관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멈춘 상태였다. 이 영화관마저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란 소문이 돈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지방 경기 침체의 단면이었다.당국자와 정치인이 증시 불장을 만끽하기보다 가려진 냉기(冷氣)와 리스크 요인 등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먼저 환율이다. 언뜻 환율은 잡은 듯 보인다. 작년 말 148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필사적 개입 덕분에 1450원 안팎에 머물러 있다. 중요한 건 정부의 인위적 개입 효과가 지속할 수 있지 않다는 점이다. 되레 정책 신뢰만 훼손할 수 있다.
환율에 시선이 쏠린 사이 우린 금리의 역습에 노출돼 있다. 작년 연 2%대 중후반이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 들어 연 3.5~3.7%까지 뛰었다. 중장기 성장률 둔화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탓이다. 채권시장은 한국의 위험 프리미엄을 더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영끌’과 ‘빚투’에 나섰던 사람들은 언제 벼랑으로 내몰릴지 모른다.
체력은 바닥인데 돈은 넘쳐난다. 5년 전 3030조원 수준이던 M2(광의통화)는 작년 말 4100조원으로 불어났다. ‘과잉 유동성’은 기업 등 실물 경제에 스며들지 못하고 부동산 등 자산에만 몰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는커녕 인상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된 이유다.
얼마 전 한 관료에게 “시중의 과도한 유동성을 줄이고, 구조조정과 규제 개혁 등을 통해 경제 체력 확보에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관료의 대답은 이랬다. “레코드판이 돌면서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국민이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정부나 한국은행, 그 누가 나서 음악을 끌 수 있겠는가”. 지속되는 불장에 찬물을 끼얹을 순 없지 않냐는 얘기로 들렸다. 반은 맞는 얘기다. 다만 음악 볼륨이라도 줄여야 한다. 그리고 파티장 안팎에 다친 사람은 없는지, 깨진 그릇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파티가 끝난 후 다시 잔치를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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