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20만전자’와 ‘100만닉스’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처음 20만원 고지에 올랐고, SK하이닉스는 100만원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 바람을 탄 반도체산업이 경기순환(시클리컬) 업종에서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변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63% 오른 2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5.68% 상승한 100만5000원에 마감하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미국 시트리니리서치가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에서 제시한 AI의 파괴적 혁신에 따른 경기 침체 시나리오가 반도체주에 되레 힘을 실어줬다. 전날 미국 증시가 이 보고서 영향으로 1%대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AI 효율성이 극대화될수록 한국 대만 등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국가는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반도체주 비중이 큰 대만 자취안지수도 이날 2.75%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치는 계속 상향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수요 급증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 반도체까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70조5627억원으로 3개월 전(76조6544억원) 대비 122.51% 급증했다. SK하이닉스 컨센서스(145조8084억원) 역시 같은 기간 104.20% 늘었다. 해외 투자은행(IB) 전망치는 더 과감하다. 노무라증권은 두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각각 243조원, 189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6.81%, 54.38% 상승했다.
대장주의 선전에 이날 코스피지수는 2.11% 오른 5969.64에 거래를 마쳤다. ‘육천피’(지수 6000)까지 불과 30.36포인트 남겨뒀다. 코스닥지수도 1.13% 상승한 1165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2원50전 오른 1442원50전에 주간거래(오후 3시30분 기준)를 마감했다.
美 '지능위기' 보고서 되레 호재…기관, 삼전·하이닉스 대량 매수
24일 코스피지수는 2.11% 상승한 5969.64에 거래를 마치며 6000에 바짝 다가섰다. 지수는 전장 대비 0.13% 상승한 5853.48로 시작한 뒤 이내 하락 전환해 5775.61로 밀렸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전날 뉴욕증시 하락에 따른 경계심리 때문이다. 그러나 반등에 성공한 뒤 오름폭을 빠르게 키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에서 확산한 ‘인공지능(AI)의 산업 파괴’ 공포가 국내 증시에선 오히려 호재로 해석됐다”고 짚었다.기관투자가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75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금융투자(증권사)가 2조63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관은 삼성전자를 7460억원, SK하이닉스를 655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미 의회가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입 차단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삼성SDI(7.66%), LG에너지솔루션(4.17%) 등 2차전지 종목도 강세를 보였다. 3차 상법 개정 통과라는 호재를 선반영한 증권·보험업종에선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신영증권은 6.86% 하락한 23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NH투자증권(-5.08%), 현대해상(-6.86%) 등도 크게 밀렸다.
증권가에선 ‘육천피’는 물론 ‘칠천피’까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키움증권은 연간 지수 예상치 상단을 기존 6000에서 7300으로 높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외풍을 견딜 만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익 컨센서스 추가 상향 여력과 중립 이상의 외국인 수급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섣불리 비관론으로 선회하는 투자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반도체주에도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노무라증권은 29만원, 대신증권은 27만원, SK증권은 26만원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를 두고서는 156만원(노무라증권), 150만원(SK증권), 140만원(씨티) 등의 목표주가가 제시됐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섹터의 압도적인 이익 체력은 크게 높아진 코스피지수 목표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확실한 근거”라며 “유가증권시장 유동 시가총액의 50% 이상이 IT 섹터이며 올해와 내년 전체 이익 전망치의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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