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노사관계의 핵심 뇌관이었던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논란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최근 대법원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서울보증보험,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성과급의 법적 성격에 대한 유의미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경영성과급이지만, 어떤 것은 임금성이 인정되고 어떤 것은 임금성이 부정됐다. 성과급 제도의 설계 방식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리 판단된 만큼, 기업 경영진과 인사 담당자들에게도 명확한 전략적 지침이 된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들에서 보여준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판단의 두 가지 핵심 잣대는 '근로 제공과의 밀접성'과 '지급 의무의 확정성'이다.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판례의 논거를 분석해 의도치 않게 경영성과급이 임금으로 인정되는 리스크를 낮출 방법을 살펴본다.
첫째,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지급기준과 대상, 지급시기와 금액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지급의무가 인정된다. 각 구체적 기준에 해당하면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도록 설계하기 위해서는 경영성과급의 구체적 지급기준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의 사규에 명시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사규에 근거를 둔다면 경영성과급의 지급 여부나 지급금액은 회사의 재량에 속한다는 점을 명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회사가 인트라넷에 올리는 슬라이드 홍보자료도 사규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신입사원들에게 회사 경영성과급을 소개할 때에는 '당연히 지급되는 것이 아니며 회사의 경영사정에 따라 미지급될 수 있는 금품'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둘째,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지급해온 노동관행에 의해서도 지급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사규에 근거가 없어도 매년 비슷한 금액이 오랜 기간 지급된 경우다. 다만 대법원은 그 해 경영성과급 지급에 관해 매년 노사가 합의를 거쳐 결정해왔다면 곧바로 노동관행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특히 경영성과가 좋지 않은 해 경영성과급을 미지급했거나 지급 수준도 당해 년도의 경영 사정에 따라서 다르게 정한 사정들은 노동관행을 부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우선, 경제적 부가가치(EVA),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의 발생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경영성과급은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근로대가성이 부정된다. 근로자들의 근로제공 보다는 자기자본 또는 타인자본의 규모, 지출 비용의 규모,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다른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근로자들이 근로제공의 양이나 질을 높임으로써 통제할 수 있는 평가항목 지표들(전략과제 이행정도 등)을 기준으로 한 목표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근로대가성이 있다고 보았다.

매년 지급되는 지급 액수의 변동 폭이 큰 경우에도 임금성이 부정됐다. 예컨대, 지급률이 연봉의 0%에서 수백%까지 널뛰는 경우, 근로대가성이 부정되는 논거가 됐다. 근로자가 제공하는 노동의 양과 질은 매년 급격하게 변하지 않으므로, 대법원은 지급 액수의 변동 폭이 노동의 속성과 비례하는지를 살핀 것이다.
결국 성과급 제도의 성패는 법적 안정성과 보상 시스템의 합리성 사이에서 얼마나 정교한 균형을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 정확한 법리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제도 설계만이 노사 간의 불필요한 소모적 분쟁을 예방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이번 판례들을 계기로 경영진은 자사의 보상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법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동시에 구성원의 동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교한 설계가 뒷받침된 성과급이야말로 진정한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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