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주력 산업인 조선기자재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화물 적재량과 연료 효율 달성 등 선박마다 다른 설계가 적용되는 특성 때문에 조선기자재 기업이 만드는 제품은 선박 프로젝트에 따라 각각 다른 공정에서 작업이 이뤄진다. 공장은 사람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자동화를 이루기 어려운 구조다.
부산시는 조선기자재 산업의 이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선도 공장을 통해 구축한 학습 데이터를 AX 모듈로 만들어 지역 조선기자재업계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선박 보안 테스트 등 지역 제조업의 사이버 보안 강화를 위한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명지녹산산단은 전국 최대 조선기자재 기업 집적지다. 부산 제조업 생산의 28.5%, 수출의 32.2%를 차지하는 부산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부산시는 조선기자재 분야에 AI를 도입할 최적지로 보고 대대적인 기술 지원에 나선다.
명지녹산산단은 간이 측정기와 드론, 인공위성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트윈 공간으로 구현된다. 육상에 설치한 간이 측정기는 유해 물질 분포와 확산 정보를 수집한다. 드론은 도로의 디지털 트윈 구축에 활용된다. 도로 파임과 노후화한 차선, 불법 적치물 등을 AI가 감지한다. 위성 데이터는 미세먼지 분포 지도 등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에너지, 물류, 교통 플랫폼을 결합한 산단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만들고, 공장 환경과 공정 탄소 모니터링까지 가능한 기술을 구현하는 게 최종 목표다.
고숙련 노동 중심의 공정은 AI로 전환된다. 조선기자재 산업은 설계 엔지니어링이 중요하다. 선박마다 적용되는 규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AX를 적용할 선도 공장 두 곳을 선정해 페인트 도장 표면 검출 AI 분석 시스템과 생성형 AI 기반의 작업 보조 시스템 등 2개 과제를 정했다. 센서 기반으로 진동과 음압, 전류 및 전압 등 공정의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고, 설비 수명 예측과 이상을 감지하는 AI 모델을 만든다. 실증이 완료된 AI 모델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내 공정 모듈 형태로 등록해 다른 조선기자재 관련 업체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소부장 공정 AX 모델로 확산한다는 전략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는 업종에 특화한 SaaS 모델 실증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설계와 제조, 사후관리(A/S) 전주기 AI 지원 플랫폼을 구축한다. 각사가 운영 중인 ERP를 비롯해 공정 설비에 설치된 센서, 전력 사용량 등 다양한 소스에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나아가 탄소 배출량까지 산정해 생성형 AI로 분석하는 구조다. 이 분석을 통해 기업들은 ESG 보고서와 탄소 보고서 등을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는 데다, 제품 개발의 기준이 되는 각국의 선급을 활용한 산업 특화 LLM까지 개발해 설계 자동화와 인증에 대응한 AI 가이드를 마련할 수 있다.
지역거점 정보보호 클러스터는 동서대 센텀 캠퍼스를 중심으로 266억원을 5년 동안 투입하는 사업이다. 2027년까지 추진된다. 부산시는 이 사업을 통해 정보보호 기업 142곳을 육성하고, 역외기업 14곳을 유치했다. 스마트선박 보안 테스트베드를 만드는 등 항만·제조·스마트시티에 특화한 정보보호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대구, 울산, 경남, 경북과 공동으로 제조 AI 융합 기반을 조성하기도 했다. AX 랩을 구축해 AI 개발 실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부산시는 센텀 산단에 AX 랩을 구축해 사출 금형 예지 시스템, 설비 이상 탐지를 통한 공구 관리 최적화 시스템, 선박평형수처리 설비의 수요 맞춤형 공급망 관리 솔루션 등 다양한 제조 AI 프로젝트가 이 사업을 통해 개발됐다.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규모가 작은 공장이 가진 제조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 특화한 제조 AI 모델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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