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는 해마다 부동산 시장의 분기점이 돼 왔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 간에 정부 정책과 집값·전셋값 전망, 내 집 마련 전략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기 때문이다. 올해는 오는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도 논의돼 설 이후 매물이 나오고 호가가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신규 분양은 물론 급매와 경매 등으로 내 집 마련을 고려하는 것도 추천했다. 다만 대출 등 자금 여력과 정책 변수를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역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예고되고, 앞으로 보유세 등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 주로 상승세를 이끌었다. 강서구는 설 명절 전보다 0.29% 올라 성동구와 더불어 25개 구 중 가장 높은 변동률을 보였다. 광진·성북·관악구(각각 0.27%)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한강 인접 지역은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서 집값 오름폭이 일제히 줄었다. 송파구(0.09%→0.06%)와 용산구(0.17%→0.07%)는 연휴 이전보다 상승세가 약하다. 강남구는 0.01% 상승에 그쳤다.전문가들은 최근 시장을 두고 ‘강남 하향 안정, 비강남권 강세 유지’로 보고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인기 주거지인 강남권·한강 인접 지역 아파트 가격이 조정받는 대신 덜 주목받았던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 올해 하반기 더 상승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지난해 잇단 규제로 주담대 한도는 15억원 이하 주택이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이다. 신 교수는 “외곽지 8억~11억원대 물건 집주인도 호가를 15억원 언저리로 높이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등 강북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도 호가가 실거래가보다 오르는 분위기”라고 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만8777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2만8069건)보다 33.2% 줄었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에서 1346건에서 130건으로 90.4%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성북구 중저가 대단지인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는 4515가구 중 전세 물건이 7건, 월세는 1건에 불과하다.

전세물건 감소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1년 새 전세 물건이 1363건에서 555건으로 급감한 성동구는 올해 전셋값이 1.72% 뛰었다. 일부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금액까지 오르고 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K공인 대표는 “임대 물건이 확 줄어 평소보다 전세는 5000만원, 월세도 5만~10만원 올랐다”고 했다.
다만 올 1분기 입주 물량이 늘어난 지역은 상대적으로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잠실르엘(1865가구) 등이 입주하는 송파구의 전세 물건은 3476건 나와 있어 작년 같은 날(2191건)보다 58.6%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송파구 전셋값은 서울 자치구 중 유일하게 0.25% 떨어졌다. 경기도에서 전세 물건 증가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과천시(77.5%)의 전셋값도 올해 1.25% 내렸다.
전문가들은 경매에 참여하기 전 권리관계와 명도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상 물건에 임차인이 있다면 보증금 지급 범위를 잘 확인해야 한다. 경매 물건에도 일반 매매 때와 대출 규제가 똑같이 적용되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통상 매도 호가를 기준으로 낙찰받을 가격을 정하지만 정부 정책 변수로 호가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보수적으로 낙찰가를 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를 노린다면 채권자 유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택법에 따른 금융회사인 시중·저축은행, 보험사 등이 채권자로 경매 신청했다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라도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을 수 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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