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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美 사모대출…AI 확산으로 부실 터지나[글로벌 현장]

입력 2026-03-04 17:51  



미국 사모펀드인 블루아울캐피털이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블루아울이 운용하는 사모대출 펀드에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최근 급증하면서다. 블루아울이 인공지능(AI) 기술에 직격탄을 맞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가 큰 영향이다. 블루아울의 사모대출 펀드에 돈을 댄 투자자들은 블루아울이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할 것이란 공포가 커졌다.

블루아울은 2월 19일(현지 시간) 운영 중인 사모대출 펀드 중 하나인 ‘블루아울 캐피털코프Ⅱ’(OBDC Ⅱ)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블루아울 주가는 이날 10% 이상 급락했다.

이번 블루아울의 주가 급락 사태는 사모대출 부실 뇌관과 AI에 대체될 위기에 처한 기업 리스크가 합쳐진 영향이다.
은행 규제 강해지자 사모대출 커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금융 당국은 은행들이 위험한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바젤 III’ 등 강력한 자본 규제를 도입했다. 은행들은 규제 때문에 수익성은 높지만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 대출에서 대거 손을 뗐다. 그 빈자리를 블랙스톤, 아폴로, 블루아울 같은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사모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약 1조8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10년 전 5000억 달러보다 3배 이상 급성장했다.

특히 블루아울은 소프트웨어 기업을 주목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매달 고정적인 구독료가 수입원이 된다. 또 기업들이 한 번 쓴 소프트웨어를 바꾸기는 매우 어려운 락인 효과로 AI 출현 전까지는 경기 영향을 덜받는 안전자산이라는 개념도 있었다.

소프트웨어 기업 입장에서도 사모대출은 좋은 자금 조달처다. 소프트웨어 개발 초기에 개발비와 마케팅비는 막대하게 드는 탓에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블루아울의 사모대출 포트폴리오에서 70~80%가 소프트웨어 업종이 된 점도 이 같은 공생관계 때문이다.

그간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연기금과 보험사의 자금이 한계에 다다르자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가진 개인 자산가들로 눈을 돌렸다. 블루아울의 ‘OBDC Ⅱ’ 펀드처럼 개인투자자를 주 타깃으로 설정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는 운용자산(AUM)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개인들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꺾인 것이 최근 주가 급락의 핵심 배경으로 분석된다. 시장은 더 이상 개인 자금을 ‘안정적인 성장판’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문제의 핵심은 자금의 성격이다. 사모펀드 매니저들은 대개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이 어려운 기업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사모대출에 주력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변동성과 리스크는 투자자가 만기까지 견뎌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성립된다.

전통적 고객인 기관투자가들은 장기 계약을 통해 10년 이상 자금을 묶어두는 ‘인내심 있는 자본’의 역할을 해왔다. 반면 주식과 채권 거래에 익숙한 개인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언제든 자산을 매도하고 빠져나오려는 경향이 강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인투자자들이 위기 시 변동성을 감수하기보다 즉각적인 환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모펀드가 빌려준 대출 채권은 유동성이 낮아 당장 현금화가 어렵다. 만약 대규모 환매 요구가 빗발칠 경우 운용사는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환매를 중단해야 하는 ‘유동성의 덫’에 빠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개인 자금 유치를 통해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Mismatch)라는 고질적인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며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구조적 취약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환매 중단 시작

하지만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처럼 소프트웨어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AI 기술이 속속 나오면서 사모대출 업계도 타격을 입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AI에 대체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AI 기술이 확산할 수록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도 많아졌다.

블루아울은 앞서 OBDC Ⅱ를 뉴욕증시에 상장 거래되는 블루아울의 다른 펀드(OBDC)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합병 완료 시까지 OBDC Ⅱ의 환매를 중단해왔다.

환매 기회가 차단된 가운데 블루아울의 합병안이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결국 작년 11월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이 사태는 사모대출의 불투명성과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합병 철회 3개월 만에 펀드 환매를 영구적으로 중단한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사모대출 시장의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가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알리안츠그룹의 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2월 19일(현지 시간) 블루아울캐피털의 펀드 환매 중단 소식을 듣고 X(옛 트위터)에 “‘탄광 속 카나리아’ 순간일까”라고 올렸다.

2007년 8월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에 투자한 펀드 3개의 환매를 전격 중단하면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조가 됐기 때문이다.

사모대출 펀드를 운용하는 다른 사모펀드들은 사태 확산 차단에 나섰다.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나 KKR과 같은 다른 사모펀드들은 블루아울만큼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출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이날 사모대출을 갖고 있는 사모펀드들의 주가가 다 같이 급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사모대출 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장 주식과 달리 사모대출 자산(대출 채권)은 시장 가격이 매일 매겨지지 않는다. 운용사가 자체 평가한 장부 가격에 의존한다.

투자자들은 장부 가격이 과연 정확한지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AI 혁명으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가치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운용사들이 발표하는 자산 가치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블루아울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14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급매한 것도 투자자의 불안을 자극했다. 우량 자산이 시장에 쏟아지면 해당 채권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아폴로나 KKR이 블루아울보다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어 있음에도 주가가 동반 하락한 것은 시장 전체의 자산 가치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공포가 반영된 결과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사모대출 비중이 큰 아레스매지니먼트(-5%),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6%), KKR(-3%), 블랙스톤(-6%) 등 주요 대형 사모펀드들도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규제 사각지대

사모대출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전통적인 은행은 자산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비율(BIS) 등 엄격한 글로벌 규제를 받는다. 반면 사모대출은 투자 상품으로 분류돼 위기 대응용 예비 현금을 쌓아둘 법적 의무가 훨씬 느슨하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의무도 없다. 대출 조건과 부실 여부 등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한편 크레이그 패커 블루아울 공동 창업자는 펀드의 자산을 액면가의 99.7%에 매각했다며 장부 가격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시장 우려를 일축했다. 투자자들의 원금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날 오전 콘퍼런스콜에서 “평가 방식과 자산 가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줄곧 포트폴리오와 자산 평가의 질에 자신이 있다고 말해왔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한국경제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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