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변호사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변호사법 제26조의2가 신설되어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이 도입되었다. 그동안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제도가 없는 국가였던 만큼 이번 ACP 도입은 시사점이 크고, 특히 형사 절차에서의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신설된 변호사법 제26조의2에 따르면, ① 변호사와 의뢰인(의뢰인이 되려는 자 포함, 이하 ‘의뢰인등’)은 그 사이에서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에 관한 조력을 제공하거나 받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비밀인 의사교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고(제1항), ②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과 관련하여 소송, 수사 또는 조사를 위하여 작성한 서류나 자료(전자적 형태로 작성·관리되는 것을 포함)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제2항).
다만, 의뢰인등이 승낙하거나, 변호사가 의뢰인등과 공범관계에 있거나 의뢰인등의 증거인멸, 범인은닉, 장물취득 등 범죄 기타 위법행위에 관여하는 등, 예외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서류나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제3항 제1 내지 4호).
위 법문의 내용에 따르면, 의뢰인은 변호사로부터 받은 법률 자문 의견서뿐 아니라 법적 조력을 받기 위해 변호사와 주고받은 메시지, 이메일, 전화통화 녹음파일 등 일체의 의사교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고, 변호사가 작성한 민사 소송 서면은 물론 변호인의견서를 포함하여 수사기관의 수사나 규제기관의 조사 대응을 위해 작성한 자료들도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의뢰인 뿐만 아니라 ‘의뢰인이 되려는 자’ 역시 ACP의 보호 대상에 포함되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넓게 보장된다는 점이다. 또한 위 ACP 조항은 2027. 2. 20.부터 시행되나, 부칙에 의해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 이루어진 의사교환 내용 또는 서류나 자료에 대해서도 적용되어, 시행 전까지 생길 수 있는 보호의 공백이 최소화하였다.
한편 최근 대법원에서는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에 주고받은 자료들은 압수수색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피고인과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나눈 메시지, 이메일, 변호사가 작성한 문서 자료까지 압수되어 그 압수가 적법한지 다투어진 준항고·재항고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생성된 형사사건에 관한 법률자문 서류 등에 대한 압수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다만, 피의자·피고인이 피압수자인 변호인에 대한 법률자문 서류 등의 압수를 승낙한 경우, 변호인이 피의자·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거나 피의자·피고인의 범죄 기타 위법행위에 관여한 경우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법률자문 서류 등에 대한 압수가 허용된다.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 압수물의 증거가치 및 중요성, 압수로 인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침해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압수가 허용되는 경우가 아님에도 수사기관이 위와 같은 법률자문 서류 등을 압수하는 행위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여 위법한 압수가 된다.”라고 판시하면서, 수사기관의 위 법률자문 서류 등에 대한 압수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의 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범죄 수사를 위하여 그 압수가 부득이하게 필수불가결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보아 해당 압수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6. 2. 20.자 2024모730 결정).
그 동안 실무에서는, 전자정보 포렌식 선별 절차에서 변호인과 압수수색 대상자가 주고받은 자료들을 압수 범위에 포함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수사기관과 변호인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하였는데, 수사기관이 이를 끝내 압수하고자 하는 경우 변호인으로서는 사후적으로 준항고 등의 절차를 통해 다투는 것 이외에 사전에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심지어 수사기관이 기업을 수사할 때에는 법무팀을 마치 증거수집의 보물창고처럼 여기거나, 아예 법무법인까지 압수수색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형해화될 정도로 침해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하지만 ACP 도입되고 대법원에서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에 주고받은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위법함을 분명히 밝힌 만큼, 앞으로는 변호인 선임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변호인과 주고받은 자료가 압수수색을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부담을 덜고 적극적으로 자문을 받아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고도화할 유인이 생기게 되었으며, ACP의 부재나 법무법인에 대한 압수수색 사례 때문에 국내 법무법인에 자문을 의뢰하기를 꺼리던 외국 클라이언트들의 입장에서도 국내 법체계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국내 법무법인들에 자문을 구할 유인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공소청과 중수청 신설 및 이를 위한 형사소송법의 대대적 개정 등 형사사법체계의 대변환이 예정되어 있다. 변화되는 형사사법체계에서, ACP와 변호인의 조력권이 보다 존중되고 엄격하게 보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법무법인 위온 파트너변호사 박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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