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실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뒤집힐 기로에 섰습니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넷째 주(23일) 기준 100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5개 권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면서 기준선까지 내려온 상황입니다.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100을 기준선으로 잡고 '0'에 가까우면 집을 사려는 수요자보다 집을 정리하려는 집주인이 많단 뜻이고 '200'에 가까우면 집을 팔려는 집주인보다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더 많단 뜻입니다. 동남권에선 매도인보다는 매수인 우위 시장에 가까워졌단 의미입니다.
매수심리가 급변한 이유는 매물이 늘어난 영향입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지난달 23일 이후 전날까지 서울 25개 자치구별 매물을 살펴보면 송파구가 3526건에서 5223건으로 48.1% 늘었고, 강동구도 2555건에서 3703건으로 44.9% 증가했습니다. 서초구도 6267건에서 8052건으로 28.4%, 강남구도 7585건에서 9236건으로 21.7% 늘었습니다.
매물 증가가 매수 심리 악화로 무조건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쏟아지는 매물을 뒷받침할 수요가 따라붙지 않으면서 매매수급지수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10월15일 나온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집값에 따라 대출 규제가 차등 적용되고 있습니다. 집값 15억원 이하의 경우 6억원까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까지, 2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합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동남권의 경우 2억~4억원의 대출만 가능해 사실상 '현금부자'만 진입한 시장이 됐습니다. 매물이 쏟아져 나와도 수요는 한정적이라 쏟아진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되긴 어렵단 얘기입니다.
용산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급매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많이 찾는 단지에서 나온 곳들엔 실제로 경쟁이 붙어 호가가 재조정되는 사례가 있다"면서도 "다만 다른 매물들엔 생각보다는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반면 이들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지역의 매수심리는 양호한 편입니다. 양천구, 강서구 등이 있는 서남권은 106.5를 기록해 5개 권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마포구, 서대문구 등이 있는 서북권은 105.1을, 동북권과 강북권은 각각 103.8, 103.5를 기록해 동남권보다는 높았습니다.
숫자만 놓고 봤을 땐 동남권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에서는 아직 매수 심리가 살아있는 셈입니다. 15억원 이하의 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의 경우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단 얘기입니다.
성북구 길음동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 동네에 있는 대장 아파트의 전용면적 59㎡의 경우 대출 가능 금액 15억원에 육박한 상황이라 이를 넘으면 대출 금액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만큼 가격이 더 오르기 전 실수요자들이 문의가 상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런 흐름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통계에서도 나타납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토지거래가 가장 많이 허가가 난 곳은 노원구로 1321건을 기록했습니다. 성북구도 830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강서구 711건 구로구 676건 은평구 658건 등 순이었습니다. 반면 서초구는 300건에 그쳤고 강남구도 366건을 기록했습니다. 송파구와 강동구는 각각 676건, 533건으로 서초, 강남구보단 많았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