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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포장·와인병과 '헤어질 결심'

입력 2026-02-25 17:05   수정 2026-02-26 00:34


기업들이 종이 사용을 늘리고 있다. 플라스틱 중심이던 제품 포장재를 재활용 종이로 대체하는가 하면 유리병 일색인 와인 용기를 종이 팩으로 바꾸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가 확대되는 데 따른 대응이다. 기업들의 종이 채택은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경영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종이 사용이 급증하는 분야는 포장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25 시리즈 스마트폰의 포장재 전체를 100% 재활용 종이 소재로 제작했다. 이를 통해 ‘모바일 제품 포장 과정에 사용되는 일회성 플라스틱을 모두 없애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제품을 고정하던 플라스틱 재질 용기를 펄프몰드(펄프와 물을 섞은 뒤 일정한 틀에 부어 성형한 친환경 포장재)로 교체했다. 제품 포장에 사용하던 비닐 및 일회용 플라스틱도 모두 제거하고 종이로 대체했다.

미국 아마존은 2024년 6월 북미 지역에서 박스 안에 넣던 비닐 공기 충전재를 없애고 종이 충전재로 대체했다. 아마존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플라스틱 포장 감축 조치였다. 또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불만제로 포장(FFP)’을 도입했다. FFP는 칼 같은 도구 없이 쉽게 열고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포장 공법이다.

내용물을 담는 유리 용기를 종이로 바꾸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4월 식품 포장용 종이 팩 기술을 화장품 용기에 가장 먼저 접목했다. ‘원 핸드 펌프 페이퍼팩’으로 이름붙인 이 용기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대신 종이를 사용해 가볍고 분리배출이 쉽다. 우유 팩 같은 외형의 이 제품은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 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받기도 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은 종이로 유리병을 대체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재활용 종이로 제작한 병에 와인을 담은 ‘콜렉티브 굿’을 출시했다. 우유 팩 같은 질감인데 기존 와인병의 5분의 1 수준으로 가볍다. 용기가 깨지지 않아 배송이 편하고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종이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포장 시장은 연평균 7%씩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킹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포장 시장 규모는 2022년 3274억달러(약 474조원)에서 2030년 557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어떤 소재를 써서 포장을 어떻게 설계하는 지와 재활용 원료를 사용할 지 여부 등은 모두 기업이 결정할 몫”이라며 “기업은 단순한 자원순환 참여자가 아니라 재활용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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