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는 이미 ‘글로벌 기술 도입 허브’로 성장했지만 고부가가치의 ‘블록버스터 신약’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단장은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경바이오인사이트포럼 2026’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바이오 기업의 자금 부족 문제를 짚으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바이오 기업은 지난해 약 21조원의 기술이전 성과를 거두며 ‘퀀텀점프’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연간 글로벌 매출 10억달러가 넘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스위스와 덴마크 등 한국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에서도 노바티스, 노보노디스크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가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이 국내 바이오산업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기업은 자금이 부족해 후기 임상에 투자하기 어렵다”며 “임상 3상 특화펀드처럼 후기 임상 단계에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바이오 기업의 자금난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또 다른 기조연설자로 나선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국민성장펀드와 정책금융 등을 통해 바이오산업에 대규모로 장기간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에 5년간 약 11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 사무처장은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지원도 2025년 약 8조원 규모에서 올해 9조4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창업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촘촘한 투자 생태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참여 유인을 늘릴 예정”이라며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바이오산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올 하반기부터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도입으로 한국거래소를 통한 비상장 중소기업의 주식 거래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신 사무처장은 “상장하지 않은 바이오 기업의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이 또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잘 관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연사로 나선 권경혁 써미트파트너스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환자 모집이 어려운 희소질환 분야에서 ‘단일 임상시험 설계’를 통한 빠른 신약 승인 절차를 마련했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도 이와 같은 트렌드를 이용해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건 플래그십파이오니어링 특별고문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자본을 끌어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글로벌 임상 경험과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같은 명확한 엑시트 플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제주=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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