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수장 마크 앤드리슨은 대표적인 인공지능(AI) 낙관론자다. 그는 AI가 인간을 신의 영역으로 이끌 구세주라고 칭한다. 인류의 IQ를 500, 1000으로 확장해 난제를 해결하고 생산성 극대화로 진정한 ‘풍요의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한다. 실업의 공포에 대해서도 AI가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앤드리슨에게는 AI 발전을 멈추는 것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 행위다.설립 21개월 만에 유니콘기업에 등극한 퍼플렉시티의 창업자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AI에 ‘인류 해방자’ 타이틀을 붙여 줬다. 부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호기심이며, AI는 인간을 권태와 무료함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골드만삭스, 맥킨지 등 세계적 금융·컨설팅 기업도 AI가 세계 경제에 미칠 장밋빛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오픈AI의 챗GPT 출시로 촉발된 생성형 AI의 대중화 원년인 2023년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최근엔 그 기류가 확 바뀌었다. AI발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둠스데이 형’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엊그제 미국 월가 한 시장분석업체의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가 메가톤급 파장을 낳았다.
AI가 실패해서가 아니라 AI가 너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바람에 경제의 파국을 초래한다는 게 요지다. 대규모 화이트칼라 감원으로 기업은 역대급 이익을 올리고, 국내총생산(GDP)도 뛰어오르지만 그 부는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극소수 정보기술(IT) 자산가에게 집중되는 ‘유령 GDP’일 뿐이다. 여기에 각 기업이 자체 AI 에이전트를 돌리면서 미국 경제의 한 축인 소프트웨어 산업마저 붕괴한다. 주가 폭락, 실업자 양산으로 고소득 전문직마저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시나리오다.
보고서는 말미에 ‘(탄광 속) 카나리아는 아직 살아 있다’는 표현으로 경고의 의도임을 분명히 했다. AI 만능론도 위험하지만, AI 종말론도 꼭 답은 아니다. 인류 문명 최고의 이기 AI를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에 지구적 지혜를 모을 때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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