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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사업재편 1호' 대산에 2.1조 투입

입력 2026-02-25 17:54   수정 2026-02-26 01:21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첫 구조개편안인 ‘대산 1호 프로젝트’가 정부 승인을 받았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6000억원을 출자해 재무 개선에 나서고, 정부는 금융 지원을 포함한 2조1000억원 규모 지원 패키지를 가동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25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산업경제장관회의에서 대산 1호 프로젝트 사업 재편 승인 내용을 보고하고 관계 부처가 함께 마련한 지원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의 110만t급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산 사업장을 물적 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 사업장과 합쳐 오는 9월께 통합 법인을 설립한다. HD현대케미칼 대주주인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신설 법인에 6000억원씩을 출자하고, 지분을 5 대 5로 나눠 가질 예정이다.

정부는 금융, 세제, 인허가, 연구개발(R&D)을 망라한 2조1000억원 규모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채권단이 현대케미칼의 기존 대출 1조원을 영구채로 바꿔주고, 신설 법인에 1조원을 더 지원한다. 법인세 감면과 고부가가치·스페셜티 R&D 자금 지원, 전기료 인하 대책도 최대 1400억원 규모로 담겼다.
롯데·HD현대 1.2조 자구책…채권단 '뉴머니 1조' 투입
7.9조 채무상환 3년 유예하고 취득세 면제·R&D 자금 확대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첫 번째 사업 재편 계획인 ‘대산 1호 프로젝트’를 승인해 석화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동안 선(先)자구 후(後)지원을 강조한 정부가 첫 지원 방안을 공개하면서 울산과 여수산단의 석유화학 기업도 조만간 최종안을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2兆 출자, 노후 설비 폐쇄에 화답
정부가 승인한 1호 석화 사업 재편안의 핵심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과 HD현대케미칼의 합병이다. 오는 9월 출범하는 ‘대산 통합법인’에 양사는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출자하고, 적자 설비를 폐쇄하기로 했다. 1991년 지어진 롯데케미칼 나프타분해설비(NCC)는 가동을 중단하고, 두 회사의 NCC 설비용량은 기존 195만t에서 85만t으로 대폭 줄어든다. 석유화학업계가 앞서 정부에 제출한 전체 감축안(270만~370만t)의 22%에서 31%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당국이 채권단과 마련한 금융 패키지는 통합법인의 재무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7조9000억원 규모의 기존 협약채무 상환을 향후 3년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현대케미칼의 기존 채무 1조원은 영구채로 전환해 부채비율을 낮춰주고, 별도로 1조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 뉴머니 1조원과 롯데·HD현대 출자금액 1조2000억원을 합하면 운영 자금과 고부가가치 전환을 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번 지원 패키지의 특징은 금융 외에 세제, 전기요금,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등을 망라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업 분할·합병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 및 등록면허세를 75∼100% 깎아주기로 했다. 자산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세금도 ‘과세 이연 제도’ 등을 활용해 대폭 완화해줄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상 150일이 소요되는 기업결합 심사 기간을 90일로 단축하고, 산업통상부·기후환경에너지부는 각각 석유판매업, 화학물질등록 등 신설법인에 필요한 인허가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9월 출범 예정인 통합법인이 행정 절차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속도전’을 벌이는 셈이다.
◇2028년 ‘흑자 전환’ 조준
통합법인 경쟁력을 높여줄 원가 제고 방안도 마련했다. 대산 산단을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해 해당 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기존보다 4~5% 낮출 수 있는 길을 터준다. 여기에 나프타와 원유 등 원자재 수입 시 관세 감면을 늘리고 산업용 열 공급 규정 완화, 자가 소비용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 등 혜택도 준다. 통합법인이 3년간 690억~1150억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친환경 제품 전환을 위한 R&D 자금은 260억원으로 향후 더 높여준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신속히 석유화학산업특별법 시행령을 제정해 근거를 마련하고, 상반기 중 ‘화학산업 생태계 종합 지원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지원책이 모두 가동되면 현재 80%를 밑도는 두 기업 NCC 설비 가동률이 90% 이상으로 회복되고, 정유(현대오일뱅크)에서 석화(통합법인)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작년 4200억원 적자를 본 양사 대산 사업장이 2028년께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단순하게 링거를 꽂는 게 아니라 석유화학산업 체력을 키워주는 대수술”이라며 “울산과 여수 석유화학 기업과도 실제 필요한 지원 방안을 긴밀하게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는 1호 산업 재편안을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채 상환 기간 연장과 고부가 전환 자금 지원, 전기요금 감면 등이 모두 요긴한 대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돈을 지원할 테니 알아서 나눠 가져라’는 식이 아니라 정부가 기업의 구체적 애로를 짚어 정책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신경을 많이 쓴 대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기요금 감면 규모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2년부터 3년간 70%가량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인하율 4~5%로는 충분치 않다”고 했다.

김대훈/하지은/김진원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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