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erlinale Palast(베를리날레 팔라스트)
영화제 기간 동안 작품들이 상영되는 극장은 총 15개이다. 그중에서도 영화제의 경쟁작, 그리고 대작들은 영화제의 개·폐막식과 시상식이 열리는 메인 극장 '베를리날레 팔라스트(Berlinale Palast)'에서 상영된다. 팔라스트는 베를린국제영화제가 확장하는 과정에서 2000년에 개관한 극장 겸 공연장이다. 로비층을 제외하고 총 3층으로 구성된 대극장 팔라스트는 영화 관계자들의 미팅이 이루어지는 영화제의 허브, 포츠다머 플라츠에 위치해 있다. 평소 팔라스트는 영화뿐만이 아닌 음악회나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따라서 팔라스트의 사운드 시스템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한국의 영화감독 역시 베를린의 팔라스트가 칸의 '뤼미에르(Auditorium Louis Lumiere)'와 베니스의 메인 극장 '팔라쪼 델 시네마(The Palazzo del Cinema)'보다 훨씬 뛰어난 사운드 시스템을 갖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팔라스트는 최고 수준에 가까운 사운드 시스템과 큰 스크린으로도 압도적인 극장이지만 1670석 이상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관객석으로도 인상적인 공간이다. 그럼에도 스크린과 관객석 거리가 충분해서 1열에 앉아도 피로감과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매진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엄청난 좌석 수로 인해 할리우드 배우들이 참여한 화제작과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대작들은 모두 팔라스트에서 상영된다. 체닝 테이텀이 주연을 맡고 선댄스에서 수상했던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화제작 <조세핀>(베스 데 아라우죠) 역시 팔라스트에서 관람한 영화 중 하나다.
<조세핀>의 경우 적어도 1500명 이상의 기자와 평론가들이 참여한 스크리닝이었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극장 내부는 작은 소음과 움직임조차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영화의 엔딩과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는 강간 사건을 목격하게 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의 주제적인 무게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극장 공간의 설계 때문도 아닌가 생각된다. 벽이 두껍고, 붉은 벨벳 커튼이 상영관 전체를 감싸고 있는 데다가 천장이 워낙 높은 구조라서 영화 사운드가 아닌 잡음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대극장에서의 경험은 관객이 꽉 차 있을수록 그 순도를 느끼기가 좋다. 영화가 시작되고, 무대의 붉은 막이 오르면 팔라스트의 존재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영화가 빚어내는 소리의 최고치를 경험할 수 있는 대극장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의 영화 관람을 꼭 인생의 위시 리스트에 넣어 두시길.

2. ADK(Akademie der Kunste on Hanseatenweg)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극장 중 가장 궁금했던 곳이고, 방문 이후로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이다. ADK는 문자 그대로 예술 아카데미다. 주로 전시와 미디어아트 그리고 퍼포먼스가 열리는 박물관에 가까운 곳이지만 내부에 위치한 상영관은 관객 7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극장이다. 방문한 날 역시 비가 내렸지만 1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서 통유리 창을 통해 베를린의 우중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었다. 특히 영화의 시작 전 카페테리아에서 (상업 영화관이 아니기에 ‘매점’ 개념의 컨세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 맥주와 프레즐을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넓은 1층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간이 서점이었다. 큰 공간은 아니지만 영화와 감독, 배우, 철학 그리고 건축과 예술에 대한 책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독일어 서적뿐만 아니라 영문 서적까지도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국 배우 마이클 케인의 회고록이 가장 탐이 났던 아이템이었다. 이 미니 서점은 책뿐만 아니라 약간의 레코드도 보유하고 있다. 컨템포러리 연주곡에서 스코틀랜드의 록밴드 등 분류 없이 (다소 무작위의) 다양한 음악들이 두 개 정도 되는 박스에 담겨 있던 것이 매력적이었다.


상영관은 짐을 맡길 수 있는 캐비넷과 코트 체크를 지나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박물관이라는 특성상 백팩은 모두 캐비닛에 보관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영화관이 아니기에 대형 스크린은 기대할 수 없었지만, 영화를 충분히 즐기기에 아늑한 공간, 그리고 웬만한 영화관을 능가하는 사운드 시스템을 가진 극장이었다. 평소에는 이곳에서 콘서트와 공연이 열린다고 하니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ADK에서 관람한 영화는 <누가 알렉스 오데를 죽였을까?>(Who Killed Alex Odeh?, 제이슨 오스더)라는 제목을 가진 다큐멘터리였다. 팔레스타인 미국인이자 인권운동가, 알렉스 오데가 폭탄 사고로 사망하고 범인 역시 명백히 밝혀지지만 정부 고위급에서 수사를 멈추고 묻어버린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는 이를 추적하는 이스라엘인 기자에 의해 밝혀진 범인들 ? 이스라엘 극우 테러집단 ‘유대방위연맹’ 이른바 JDL(Jewish Defense League) ? 과 그들의 행방을 조명한다. 과연 전위 예술과 발터 벤야민의 서적이 즐비한 지적인 공간에서 관람하기에 최적의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ADK에서는 영화제 기간 동안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듯했다. 역시 박물관과 예술 전시가 공존하는 이 공간은 극영화보다는 급진적이고도 시의성을 가진 다큐멘터리의 상영이 이상적으로 보인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베를린=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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