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141.01
(443.86
7.95%)
코스닥
1,084.71
(69.96
6.06%)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취업도 안 되고, 집도 못 사는 시대의 신인류 전업자녀[서평]

입력 2026-03-08 17:28   수정 2026-03-08 17:29

전업자녀
전영수 지음│한국경제신문│1만7000원
“저는 전업자녀로 일하고 있습니다.” 농담 같던 이 한마디가 온라인을 달군 유행어가 되더니 이제는 웃어넘길 수 없는 통계적 현실로 자리 잡았다. 그냥 쉬었음 청년 70만 명, 부모와 동거하며 경제적·정서적 울타리에 머무는 광의의 전업자녀 800만 명 시대. 뼈 빠지게 공부해서 졸업해도 갈 곳이 없고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물가에 ‘1인분 독립’은 불가능에 가까워진 오늘날, 인구 전문가 전영수 교수가 전업자녀 현상에 주목한다.

“취업하면 뭐 하나, 독립하는 순간 빈곤층인데”라는 청년 세대의 현실론과 “억지로 내보내 고생시키느니 곁에 두고 돕겠다”는 부모 세대의 평생 AS 마인드가 만나서 탄생한 독립 유예 세대. 이 책은 전업자녀를 사회적 짐이 아닌, 초고령사회의 복지 공백을 메울 새로운 인재 예비군으로 재정의한다. 독립이 정답이었던 시대가 끝나고 가족이 최후의 복지가 된 지금, 전업자녀라는 낯선 풍경은 우리 사회의 인구 위기와 복지 문제를 해결할 뜻밖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각자도생의 정글로부터 둥지로 돌아오길 택한 이들의 생존 전략을 통해 한국 사회에 새롭게 탄생할 가족의 형태를 예측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저성장·고물가·인구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특이점에 진입했다. 인구가 힘인 시절이 끝나고 가족이 짐인 시대가 됐다. 과거 고도성장을 떠받쳤던 ‘대량출생–교육열–우수인재’ 구조는 붕괴됐다. 특히 주거비, 취업난, 장기불황이 겹치면서 청년세대는 독립이 어려워졌고 부모세대 또한 자녀를 분가시키기보다 동거와 지원을 통해 위험을 분담하고 싶어 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가족 모델이 ‘전업자녀’다.

전업자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지붕 아래 머무르는 새로운 청년 세대를 문제가 아닌 징후로 읽는다. 개인의 나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빚어낸 필연적 생존전략으로 분석한다.

전업자녀는 은둔형 외톨이나 캥거루족과 달리 부모-자녀 간 상호이익에 기반한 ‘세대 간 분업 모델’로 이해될 수 있다. 자녀는 부모의 경제적·정서적 보호 아래 장기적인 역량축적과 재도전의 시간을 확보하고 부모는 안정적인 동거를 통해 가사·돌봄 부담을 덜고 미래의 고령화 리스크에 대비하는 구조다. 저성장 시대로 들어선 선진국에서도 유사 현상이 이미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을 경험하고 있다.

부모세대의 인식 변화도 한몫한다. 고성장기 자산 축적에 성공한 부모세대는 자녀에게 경제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 이제는 자녀의 독립을 강요하기보다 ‘함께 오래 가는 가족 전략’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소수자녀화로 높아진 애착, 취업과 결혼의 난항 등 현실적 요인들이 이를 더욱 촉진했다. 그 결과 자녀의 삶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평생 AS(애프터서비스)’가 일종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전업자녀 현상은 위기라기보다 가족의 진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산업화 시기 핵가족, 맞벌이 시대의 양육·가사 분업 모델에 이어 이제는 세대 간 자원을 결합하는 ‘세대분업형 가족’이 등장한 것이다. 전업자녀는 가족 해체가 아니라 위험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합리적 조정 결과이며 한국 사회가 마주한 인구위기·복지공백·지역소멸 문제를 완화할 잠재적 자원으로도 평가된다. 부모의 노후 돌봄, 가사·간병 분담, 지역 공동체 복원, 청년 재도전의 계기 제공 등 다양한 긍정적 활용 가능성이 제시된다.

결국 전업자녀는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족형태이자 부모와 자녀 모두의 생존전략이다. 독립을 당연한 규범으로 삼았던 시대는 끝났고 서로의 자원을 융합해 위험을 줄이는 가족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이 현상을 부정하거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구조전환을 촉발할 중요한 신호이자 정책적·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위기란 기존의 질서는 붕괴됐지만 새로운 질서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기를 의미한다. 그러니 전업자녀처럼 듣도 보도 못한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인정하고 수용함으로써 시대변화에 맞는 새로운 질서에의 전향적인 진화로 삼아야 한다.” (본문 중에서)

오은환 한경매거진앤북 출판편집자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