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증시 초호황에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는 가운데 보수적인 은행 고객의 포트폴리오에서도 예·적금 비중이 거듭 줄어들고 있다. 26일 한국경제신문이 신한은행과 월평균 수신 잔액 1억원 이상인 개인 고객 약 38만명의 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지난달 평균 예·적금(요구불예금 제외) 잔액은 약 51조5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월(57조3000억원)보다 5조8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 기간 수신 잔액에서 예·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서 36.9%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신탁의 평균 잔액은 15조8000억원에서 18조3000억원(비중 12.1%→13.1%)으로 불어났다. 펀드 투자 잔액도 평균 6조5000억원에서 8조6000억원(5%→6.2%)으로 증가했다.
전례 없는 증시 활황이 이어지면서 은행 예·적금 이탈을 더욱 자극하는 양상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총 936조8730억원으로 올해 들어 2조4132억원 감소했다. 적금(46조90억원)도 482억원 줄었다.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24일 107조9032억원)이 이 기간 20조원가량 불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드는 ‘머니 무브(자금 이동)’에 은행을 통해 자금을 굴리는 개인들도 증시에 간접투자하는 상품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장 보수적인 고객군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 시니어들도 ETF와 펀드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라며 “간판 종목이 모인 코스피200이나 S&P500,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고객들은 1년여간 사상 최고가를 거듭 쓴 금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신한은행 개인 고객들의 지난달 금 투자 잔액은 평균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000억원)보다 세 배로 뛰었다. 방카슈랑스 투자 잔액(평균 8조7000억원)도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예금보다 약간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저축보험을 찾는 이들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수익률이 연 2~3%에 그치는 ‘예테크’(예금+재테크)의 존재감이 약해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증시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이런 변화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서도 20.7% 뛰며 이날 종가 기준으로 처음으로 6300선을 넘어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활황세와 저금리 기조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은행 고객들의 예·적금 투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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