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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골프 코스도 창작물"…골프존 '저작권 분쟁' 패소

입력 2026-02-26 17:49   수정 2026-02-26 23:52

골프장 코스와 그 설계 도면도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내 1위 스크린골프 업체인 골프존을 상대로 국내외 코스 설계업체들이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설계업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소 제기 10년 만에 나온 결론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26일 골프코스 설계업체들이 골프존을 상대로 자사 골프 코스에 대한 저작권 침해 행위를 중단하고, 이에 대한 손해를 물어내라며 낸 소송에서 골프존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미국 코스 설계업체인 골프플랜이 코스 설계 도면에 대해 같은 취지로 낸 골프존 상대 소송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왔다. 2015년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만에 나온 대법원 판단이다.

오렌지엔지니어링, 송호골프디자인 등 원고 회사들은 골프존이 자사가 저작권을 보유한 골프 코스를 허가 없이 재현한 영상을 토대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자사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쟁점은 골프 코스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였다.

설계업체들은 골프 코스 설계 과정에서 설계자의 창조적 개성이 충분히 표현되고, 홀마다 서로 다른 특색이 발현된 창작물이라고 주장했다. 골프존 측은 골프장이 자리한 지형의 생김새가 코스 디자인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고 티잉그라운드, 페어웨이, 러프, 벙커 등 코스 구성 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이 매우 제한적인 만큼 애초에 창작적 표현이 가능하지 않은 구조라고 맞섰다.
◇“창조적 개성 발휘된 저작물” 판단
1심은 설계업체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골프 코스 디자인을 최종 결정하는 건 설계자의 사상이란 이유에서였다. 2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골프 코스는 경기 규칙에 적합한 규격에 맞춰 설계될 수밖에 없기에 창작성이 발휘될 수 없는 구조라는 논리였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골프 코스 설계에 창작적인 표현이 일부 제한될 수는 있으나 설계자가 골프 규칙과 지형에 따른 제약, 이용객 편의 등을 고려하는 동시에 창조적 개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설계자가 다른 코스 및 홀과 구별되도록 코스를 이루는 여러 구성 요소를 다양하게 선택·배치·조합했다면 창조적 개성이 발현된 저작물로 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골프 코스의 저작물성에 대해 대법원이 직접 판단한 최초 사례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골프존이 설계업체들에 배상해야 할 금액이 확정되고 별도 저작권료가 책정되면 스크린골프장 이용료가 오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골프존이 업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서다. 1심이 판단한 배상액은 30억여원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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