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천피 시대’가 열린 지 하루 만에 코스피지수가 6300마저 뚫었다.
26일 코스피지수는 3.67% 급등한 6307.2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1.97% 상승한 1188.15에 마감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에 힘입어 반도체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7.13% 오른 21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이후 9거래일 연속 랠리를 펼치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는 7.96% 뛴 109만9000원에 마감하며 ‘110만닉스’에 육박했다. 현대자동차도 6.47% 급등해 사상 처음으로 60만원을 넘어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회 모든 영역에서 국가 정상화가 조금씩 진척되고 자본시장도 정상화의 길을 가고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높이 평가되는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3원60전 내린 달러당 1425원80전으로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를 마쳤다. 지난달 28일(1422원50전) 후 약 1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피 5000 경신후 '파죽지세'…증시 향방 대형 반도체주에 달려
코스피지수가 ‘육천피’(지수 6000)를 넘긴 지 하루 만에 6300까지 뚫은 것은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발표하며 AI 수요에 대한 우려를 불식한 덕이다. 급증하는 반도체주 실적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부 부양책, 흘러넘치는 유동성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코스피지수 랠리의 끝을 예단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증권가 설명이다.기관투자가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427억원어치, 개인투자자가 66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금융투자(증권사)가 1조6229억원을 매집했다. 개인의 상장지수펀드(ETF) 수요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은 2조107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영향이 컸다. 주력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623억달러)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603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AI용 수요가 강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AI 수요를 둘러싼 우려가 불식되자 삼성전자(7.13%)와 SK하이닉스(7.96%)가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223.41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들어 올린 지수는 104.11포인트에 달했다.
로봇 관련주도 일제히 강세였다. 엔비디아가 LG전자와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을 협력사로 언급한 영향이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LG이노텍이 각각 6.47%, 12.67%, 20.0% 급등했다.
다만 단기 조정이 오더라도 폭과 깊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강해진 차익 실현 압박만큼 지수가 조정받을 수 있지만 심리적 부담에 기인한 숨 고르기에 가까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4배로, 여전히 과거 10년 평균치(10.3배)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급증한 만큼 지수가 올랐다는 얘기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4.0배)와 대만 자취안지수(24.8배), 홍콩 항셍지수(13.0배) 등 주변국 대표지수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일어나고 있는 개인 자금이 지수가 조정받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가계금융 자산 가운데 예금은 2400조원에 달한다. 노 연구원은 “3월 증시가 다소 무겁게 흘러가더라도 4월 실적 시즌이 다가올수록 다시 반도체 기업의 호실적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지수 상단은 대형 반도체주에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앞으로 최소 6개월간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AI 활용 분야가 활자에서 비디오로 넘어가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2028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주)의 설비투자 규모가 감소하는 시점이 되면 반도체주가 본격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아마존의 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 규모는 1.1배다. 김 대표는 “올초 빅테크가 발표한 설비투자 규모가 총 6000억달러”라며 “올해 중반 이 수치가 하향되면 반도체주도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김형규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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