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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K자형 성장 우려에 '비둘기적 동결'…국채금리 일제히 하락

입력 2026-02-26 17:17   수정 2026-02-27 01:1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연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6개월 뒤에도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한 점도표 형식의 ‘조건부 금리 전망’을 통해서다.

한은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연 2.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연 2.75%에서 0.25%포인트 내린 뒤 7월부터 여섯 차례 연속 동결을 선택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8%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성장세가 회복되는 가운데 환율과 부동산 등 금융 안정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 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한은은 이창용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 구성원 7명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처음 공개했다. 인당 3개의 점을 찍어 21개 금리 전망치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16개의 점이 연 2.50%에 몰렸다. 연 2.25%에 4개가, 연 2.75%에는 1개의 점이 찍혔다.

이 총재는 “대부분 점이 연 2.50%에 있다는 것은 6개월간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경제 전망을 내놓는 2월, 5월, 8월, 11월 등 연 네 차례 점도표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62%포인트 하락한 연 3.062%에 거래를 마쳤다.
금리 年 2.5%…올 성장률 전망치 1.8%→2%
반도체가 이끈 경기회복세…시장 '비둘기적 조치'로 해석
한국은행이 연 2.50%인 현재 기준금리가 6개월 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본 건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것이다.
◇ 반도체 효과에 성장률 0.35%포인트↑
한은은 26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제시한 1.8%에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번 한은 전망치는 정부 전망치(2.0%)와 같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각 1.9%)보다 높다. 한은이 예상한 잠재성장률 수준인 1.8%도 웃돈다.

한은이 성장 전망을 0.2%포인트 높인 것은 반도체 경기 호조가 예상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반도체 경기 호조와 세계 경제의 양호한 성장 흐름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당초 예상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올해 성장률을 0.35%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양호한 기업 실적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은 성장률을 0.05%포인트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건설투자 회복은 예상보다 지연돼 성장 전망을 0.2%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자산효과는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주식 매각과 기업 실적 개선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주가 상승에 따른 영향은 내년까지 소비가 서서히 증가하는 식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K자형 회복 변수
다만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비IT 부문의 성장세는 종전 전망과 같은 1.4%로 유지됐다. IT 부문과의 성장 격차가 더 벌어져 ‘K자형’ 성장세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서 6개월 뒤 금리를 연 2.25%로 내릴 것이란 전망에 4개의 점이 찍힌 것을 언급하며 “K자형 회복으로 (통화정책이) 여전히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경기 개선 흐름의 강도와 확산 정도를 계속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과 관련해서는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지만 현재는 15% 관세가 유지되는 것으로 전제해 큰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2.2%로 전망됐다. 종전 전망치(2.1%)에 비해 0.1%포인트 올랐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자기기 가격 상승이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소폭 올리기는 했지만 관리 범위 내에 있다고 봤다. 최근 환율이 다소 내려갔고, 부동산 대출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총재는 “6개월 뒤 점도표에는 환율과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연 2.75%에 점이 하나 찍혔지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3개월 내 금리 전망을 논의할 때는 인상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 채권 금리·환율 동반 하락
시장은 이날 금통위를 다소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으로 해석했다. 이 총재가 최근 연 3.2%까지 오른 3년 만기 금리에 대해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0.6%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은 금리 동결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도하다”고 말한 것이 채권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2%포인트 내린 연 3.062%에 거래를 마쳤다. 10년 만기 금리는 연 3.470%로 0.086%포인트 하락했다. 점도표가 발표된 오전 10시30분께부터 일제히 하락세가 나타났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3원60전 내린 달러당 1425원80전에 낮 시간대 거래를 마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점도표에서 인상에 찍힌 점이 1개에 불과해 기준금리 인상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10년 만기 금리가 연 3.35% 수준까지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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