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튀르키예에 수출한 일부 회사는 “배터리 장비가 러시아로 반입될지 모르고 정상 절차에 따라 판매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 기업들이 러시아로 수출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출에 관여한 물류업체와 로펌, 관세사 등이 “법적 리스크 때문에 수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이를 묵살했다는 정황을 포착해서다. 특정 업체는 이번 거래에서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고 관련 증거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배터리는 드론과 군용 통신 장비 등에 들어가는 방산 필수 부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3년 일부 배터리 완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상황 허가’(무기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수출할 때 필요한 사전 허가)를 받는 대상으로 정했다. 2024년엔 배터리 제조 설비 및 장비 등으로 규제 대상을 넓혀 원칙적으로 배터리 관련 품목 수출을 금지했다. 러시아 수출 제한 품목도 2022년 3월 57개에서 2024년 9월 1402개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불법 수출 의혹을 받는 배터리 장비 기업들은 이번 조사로 타격을 받으면 다른 고객사에 제품 납기를 맞추지 못할 수 있어서다. 국내 배터리 대기업도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압수수색을 받은 장비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 대체 기업을 구하기 어렵거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관세청의 칼날이 K배터리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러시아에 방산 장비를 수출한 혐의로 한 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에 배터리 장비를 우회 수출한 네 개 업체를 파악하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때문에 네 개 업체와 거래한 다른 기업으로 조사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모듈과 장비를 생산하는 데 수십 개에서 수백 개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압수수색 대상 기업과 거래한 다른 기업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종환/성상훈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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