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정립하는 최종적인 중대 결단을 내렸다”고 한 대목도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은 대북 전단·방송 중단, 9·19 군사합의 복원 검토 같은 우리 정부의 시리즈 유화 조치를 ‘기만극’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아가 남한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고 부르며 핵무력 행사 의지까지 내비쳤다.
‘통미봉남’ 전략 또한 더 정교하게 가다듬는 양상이다. 남한에는 ‘완전 붕괴’를 위협하더니 미국에는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대화 의사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한·미 간 틈을 파고들어 남으로부터 결정적 양보를 받아내려는 속내다. 미·북 대화 조건으로 ‘헌법에 명기된 지위 존중’을 거론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헌법에 명기된 지위는 다름 아닌 ‘핵보유국 지위’다. 비핵화 대신 핵군축 협상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외려 북한 페이스에 말려드는 양상이다.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과에 초조한 트럼프가 김정은의 대화 제안을 덥석 문다면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4월 트럼프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벌써부터 미·북 ‘깜짝 회동’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통미봉남에 대항할 유일한 방법인 한·미 공조가 파열음을 내며 삐걱대고 있다. 통상 분야에서 시작된 불협화음이 국방·안보 분야로 확대됐다. 한국을 배제하고 주한 미군이 서해상에서 단독훈련을 한 것이 현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주한 미군이 사과했다’는 뉴스에 주한 미군 사령관이 한밤중에 ‘그런 적 없다’고 반박 입장을 낸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북의 극단적 호전성과 한·미 동맹의 파열 양상 속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냉정한 복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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