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종이 위에 새겨진 활자에서 세계를 본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듣고, 표정을 떠올리며, 배경을 그린다. 예전의 독서가 읽고 상상하는 것에 그쳤다면, 지금은 오디오북이나 소설을 실사화한 영화·드라마 등 이야기와 만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 출판사 무제는 여기에 몇 가지를 더한다. 바로 ‘듣는 소설’과 ‘아트 북’이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 <첫 여름, 완주>는 지난해 5월, 기존 소설책과 다른 ‘듣는 소설’의 형태로
독자와 먼저 만났다. 기존 오디오북과 차별화해 등장인물마다 캐스팅을 달리해 캐릭터 성향에 맞는 목소리와 톤을 더하고, 배경음악과 지문의 작은 효과음까지 옮겼다. 당시 함께 선보인 종이책은 시점이 명확한 일반 소설의 흐름이 아닌 대사와 지문이 섞인 희곡 혹은 대본집에 가까운 형태였다.


듣는 소설의 10만 부 판매를 기념하며 무제가 <첫 여름, 완주>를 내놓았다. “책 한 권으로 콘텐츠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싶었다”는 무제 박정민 대표의 말처럼 <첫 여름, 완주>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났다. 듣는 소설로 시작해 전시·상영회 등 다양한 콘텐츠화된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읽는 소설과 이야기 속 세계를 책에 구현한 아트 북으로 다시 한 번 세상에 나왔다.
특히 아트 북에는 박정민 대표 눈에 비친 소설 속 완주 마을이 담겼다.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나면 소설 속 세상에서 추방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김금희 작가와 달리, 박 대표는 오히려 완주 마을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아트 북 서문을 통해 전했다.


이러한 감상의 일환으로 박 대표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던 완주 마을 어귀와 주인공 열매가 오가는 길,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저귀가 살고 있는 산 등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그 덕에 독자들은 어렴풋이 상상으로만 더듬던 소설 속 공간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아트 북에는 박 대표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소회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뮤직비디오 제작기, 듣는 소설을 녹음한 배우들에 대한 단상 등을 포함한 아카이브의 성격으로 구성됐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13명의 아티스트 이야기도 실렸다. 유튜버 침착맨부터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포토그래퍼 우상희, 도예가 정하현 등이 작품을 통해 풀어낸 저마다의 완주 마을을 만날 수 있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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