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지인 강남에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이 무너지면 여기가 버티겠어요? 조금 더 기다려보려고요. 곧 떨어지지 않겠어요?"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일대 아파트 매수를 고민 중인 40대 직장인 A씨는 이 같이 말하며 당분간 관망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분위기에 쫓기듯 집을 보러 다녔지만,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가격 하락 소식을 접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A씨는 "급매물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현장을 찾았는데,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확실히 넘어오는 것 같다"며 "최상급지부터 매물이 쌓이고 있으니 성동구도 곧 본격적인 가격 조정이 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견인한 이른바 '한강 벨트(마포·성동·광진)' 지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불패'로 여겨지던 강남 3구와 용산구의 매매가가 하락 전환하면서, 그 온기가 전해지던 마포와 성동 일대에도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23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핵심지로 꼽히는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강남구가 0.06% 떨어지며 하락 폭이 가장 컸고, 송파구(-0.03%), 서초구(-0.02%), 용산구(-0.01%)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 부동산 '심장부'가 흔들리자 인접한 한강벨트 지역 부동산 시장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현장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집을 보러 오는 문의는 꾸준하지만, 실제 계약서 도장을 찍기까지의 과정이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매수자들이 강남권 가격 하락 소식을 근거로 추가 가격 하락을 확신하고 있어서다.
마포구 아현동의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호가대로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집을 보고 간 손님 열 명 중 아홉 명은 '더 내릴 것 같다'며 연락이 없다"며 "급매물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분위기라 집주인들도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광진구 광장동의 C 공인 중개 관계자 역시 "매수 문의는 있지만 가격 접점이 맞지 않아 거래 절벽 수준"이라며 "많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실거래가보다 낮춘 호가가 단지마다 한두 개씩 나오기 시작했다. 매도자들이 시장 상황을 살피며 서서히 가격을 조정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지역의 매물 적체 현상은 지표로도 증명된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을 기준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서울에서 매매 물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성동구다. 성동구 매물은 현재 1991건으로 한 달 전보다 65.2% 급증했다.
뒤를 이어 송파구(3607건 → 5299건)가 46.9%, 광진구(3607건 → 5299건)가 46.7% 증가율을 기록했다. 동작구(45.5%)와 마포구(45.5%) 역시 매물이 가파르게 쌓이고 있다. 서울 내에서 매물 증가율 상위권을 차지한 자치구가 모두 한강벨트와 강남권에 집중된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에서 시작된 조정 국면이 당분간 한강벨트까지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5월 9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세제 혜택을 받으려는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으면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작년에 서울 전체 아파트값이 8% 넘게 올랐다. 그중 상승률이 10% 이상 되는 곳에선 가격에 대한 피로도가 있다"며 "소위 말하는 '오버슈팅'이 나온 지역을 중심으로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대표는 "5월 9일까지는 조정장을 거치면서 조정되는 지역 분포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마포와 성동 등 한강벨트까지는 조정 국면이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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