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244.13
(63.14
1%)
코스닥
1,192.78
(4.63
0.39%)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파산 채권 30%에 사서 80% 받는다?"…월가 '하이에나'의 돈 되는 공식 [글로벌 머니 X파일]

입력 2026-03-01 07:00   수정 2026-03-01 10:5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파산 채권' 2차 거래 시장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해당 시장은 파산 법정에 동결된 하청업체의 미수금을 헐값에 매집해 차익을 노리는 곳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지정학적 공급망 재편의 비용이 누적되면서 삭스 글로벌 등 미국 대형 유통·제조업체의 연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파산 채권 시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파산 신청 급증
29일 글로벌 파산 데이터 추적·분석 전문 업체 '에픽 에이에이씨이알(Epiq AACER)'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상업 챕터 11 파산 신청 건수는 956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76% 증가했다. 과거 제로 금리 시대에 대규모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외형을 확장했던 기업의 연명 줄이 끊어지면서다.

에이미 콰켄보스 미국파산연구소 이사는 "최근 기업 파산의 가파른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금리 환경,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기업 재무를 한계치까지 몰아붙인 구조적 결과"라고 진단했다. 마이클 헌터 에픽 AACER 부사장도 "1월 상업 파산의 급증은 대형 기업군의 연쇄 파산 영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이는 재무적 스트레스가 소비자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메가 파산’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발생한 미국 최고급 백화점 체인 '삭스 글로벌'의 파산보호 신청이다. 삭스는 파산 직전 약 34억 달러의 펀디드 부채(차입금)를 보유하고 있었다. 텍사스 파산 법원에 자산과 부채를 각각 10억~100억 달러 범위로 신고했다.

경영 실패의 일차적 원인은 수요 예측 실패와 과도한 레버리지가 꼽힌다. 데이비드 스와츠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부유층 소비자가 여전히 지갑을 열고 소비를 지속하고 있지만, 더 이상 삭스와 같은 전통적인 멀티 브랜드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삭스의 파산은 전 세계 공급업체에 영향을 미친다. 삭스에 물건을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한 채권자 수는 최대 2만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파산 법원에 제출된 상위 30개 무담보 채권자의 청구 총액만 약 7억 1200만 달러에 달했다. 샤넬조차 1억 3600만 달러의 미수금을 안으며 최대 무담보 채권자가 됐다.

삭스는 영업 지속을 위해 법원에 일반 벤더(공급업체) 지급 명목으로 총 3억 3740만 달러의 자금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채무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파산 법정 심리에서 아마존 측 법률 대리인 캐롤라인 레클러 변호사는 자사의 4억 75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가 휴지 조각이 될 위기를 거론하며 삭스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확신이 없다"고 비관적으로 진술했다.

대기업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제품을 생산해 납품을 완료한 수많은 하청업체들은 막대한 매출채권이 파산 법원의 '자동 중지' 명령에 의해 무기한 동결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빠질 수 있다. 정상적인 거시 경제 환경이라면 상업 은행의 무역금융을 통해 일시적인 현금흐름 경색을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무역금융에선 심각한 구조적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 세계 '무역금융 격차'는 무려 2조 5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중소기업 등이 수출입 거래를 위해 은행에 금융을 신청했지만 심사 미달로 거절당해 충족되지 못한 자금 수요의 총합이다. 2015년 대비 1조 달러 증가했다. 스티븐 벡 아시아개발은행 무역·공급망금융 총괄은 "무역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자금 조달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성장을 실현할 수 없으며, 충분한 무역금융 없이는 공급망의 다변화 과정이 훨씬 더 험난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규모 유동성 가뭄 속에서 현금이 급한 기업들은 외상매출채권을 조기에 유동화하는 팩토링 시장으로 향했다. 국제팩토링연맹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팩토링 총거래액은 3조 8940억 유로로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그러나 파산이 공식 선고된 대기업의 묶인 악성 미수금은 이런 일반적인 상업 금융기관이 매입을 기피한다.
파산채권 사들이는 월가
이런 리스크와 유동성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세력이 미국 월스트리트의 디스트레스 펀드와 부실 채권 트레이더들이다. 이들은 파산 법원에 발이 묶인 협력 업체의 일반 상거래 미수금인 '파산 채권'을 액면가보다 대폭 할인된 가격에 매입한다. 이후 파산 재단으로부터 배당금을 타내 차익을 남기는 2차 시장을 형성했다.



미국의 파산 전문 로펌 로웬스타인 샌들러의 브루스 S. 네이선 파트너 변호사는 "채권 매각은 채권자가 향후 어떤 배당이 이루어질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파산 사건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부담 대신에 할인된 선지급 현금을 바로 손에 쥐게 해 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파산 채권 거래 시장은 미국 연방 파산절차 규칙에 의해 보호받는다. 하지만 자본력을 가진 펀드들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로웬스타인 샌들러 측은 "규칙상 양수인이 채권을 이전받을 때 법원에 양도 사실에 대한 통지는 반드시 요구되지만, 양수자가 채권을 도대체 얼마의 매입가에 사들였는지에 대한 가격 공개 의무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보 비대칭에 일부 펀드는 파산법에 잘 모르는 업체에 접근해 '소송 없이 통상 2일 내 즉시 현금 지급' 등을 미끼로 액면가 1달러당 수십 센트라는 헐값에 알짜 채권을 사들인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런 펀드들을 가리켜 "원채권자로부터 30%에 채권을 매집해 파산 종결 시 80% 이상의 배당을 받아 160%가 넘는 고수익을 무위험으로 챙기는 하이에나"라는 비난한다.

하지만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 전문 법조계에선 챕터 11 파산 절차의 실제 회수율 등을 고려하면 잘못 알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파산 채권 유동화는 무위험 투자가 아니고 일반적인 무담보 채권이 80% 이상의 배당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가 리테일 소매업계 대형 파산 사례를 심층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 무담보 채권'의 최종 파산 배당 회수율 중앙값은 전체 청구 금액의 10% 미만에 불과했다.

펀드들은 이른바 '우선순위 점프' 전략으로 돈을 번다는 분석이 많다. 펀드들은 수많은 채권 속에서 '미국 파산법 제503조(b)(9) 항'을 활용한다. 파산 신청일로부터 소급해 20일 이내에 파산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수령한 재화의 가치에 대해 1순위 행정비용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503(b)(9) 조항'은 순위가 밀린 무담보 공급업체들에 사실상 채권 전액을 변제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사후 채권 헐값 매각을 피하기 글로벌 대기업들은 '역팩토링' 등 공급망 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는 실질적인 금융 차입임에도 대차대조표상에는 일반 상거래인 '매입채무'로 위장 표기해 부채 비율을 축소하는 '그림자 금융' 수단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2021년 뱅크런을 촉발한 영국 그린실 캐피탈 사태를 계기로 관련 규제가 강화됐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2024년 6월 과거 그린실 연계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 상환을 위해 9억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감수해야 했을 정도로 그 후폭풍의 피해는 컸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유동성 은폐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2024년부터 '공급자금융 약정(SFA)'에 대한 정밀한 주석 공시를 전면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조치도 '양날의 검'이 됐다. 한계 기업들의 숨겨져 있던 단기 차입금이 드러나자, 놀란 은행들이 일제히 신용 한도를 축소하며 대기업들마저 급성 현금 경색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한국도 영향을 받는다. 삭스 글로벌 사태처럼 대형 바이어가 챕터 11 파산보호를 받게 되면 관련 한국 기업의 수출 실적은 회수 불가능한 악성 '파산 채권'이 된다. 미국 파산 법리에 취약한 한국 중소기업은 정보 비대칭 속에서 당장의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100% 회수할 수 있는 '503(b)(9) 우선순위 채권'을 미국 월가 브로커에게 30% 헐값에 넘길 수 있다.

[글로벌 머니 X파일은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돈의 흐름을 짚어드립니다. 필요한 글로벌 경제 뉴스를 편하게 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통령갤럭시앱솔릭스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