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지난 택시기사를 촉탁직으로 고용하다 근무태만 등의 문제가 발생해 근로관계를 종료했을 경우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6-1행정부(재판장 황의동)는 전직 택시기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재심신청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측 항소 취지에 따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했다.
정년퇴직에 관한 사내규칙을 보면 촉탁직 채용은 적격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여기엔 '재직 중 근무태도, 성적·성격 등이 양호한 자'여야 촉탁근무계약 대상자가 된다는 세부 기준이 포함돼 있다. 재직 당시 업무능력이 떨어지거나 불성실하게 일했다면 촉탁직 채용이 불가능할 수 있다.
A씨는 2016년 정년이 도래한 이후에도 별도 근로계약 변경이나 갱신 없이 근무를 이어 왔다. 회사는 이후 2023년 3월 정년만료통보서를 보내 촉탁직 재고용이 불가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근로관계가 종료된다고 통보한 것이다.
회사가 재고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A씨가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여서다. 회사는 A씨가 입사 이후 줄곧 근무실적이 다른 직원의 30~4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사 이후 포상관계는 전무하고 근무성적도 현저히 타 종사원에 비해 불성실 근로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많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70대인 A씨가 택시기사로 일할 경우 사고 발생 등의 위험요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회사는 노조와의 임금협정을 통해 '성실영업시간'을 하루 5시간으로 정했다. 하지만 A씨는 성실영업시간뿐 아니라 일반 영업일수에도 미달했다. 성실영업시간이 하루 4시간 미만이면 불성실 근로를 한 것으로 보는데 이마저도 수두룩했다.
재판부는 "임금협정이 시행된 2022년 5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3일을 제외한 모든 영업일에 A씨의 실제 영업시간은 성실영업시간인 5시간에 미달했고 불성실 근로의 기준인 4시간에 미달한 일수는 80일로 전체 영업일의 80%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실영업시간이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기준"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정 여객자동차법이 택시기사의 사납금 납부를 막고 있다 해도 이를 고의적인 근무태만을 허용한다는 취지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여객자동차법이 고의적 근무태만 등 불성실 근로까지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 현행 법에 의하더라도 운수종사자의 근무시간 미달이나 근무태만 등 불성실 근로에 대해 운송사업자가 개선계획서 제출 요구 등 일정한 조치를 취하거나 이를 이유로 정년 후 재고용을 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택시운송업 특성상 근로자를 직접 관찰하면서 관리·감독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근무성과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실제 승객을 태운 실제 영업시간' 등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근로자를 관리·감독하고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직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건강상 문제가 있다거나 사고 비율이 높다는 구체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고령이란 이유만으로 재고용을 거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용자는 공중의 안전을 위해 근로자 건강에 관한 관리 책임이 있는데 고령의 운전자의 경우 택시운전에 필요한 인지능력과 주의력, 공간 판단력·순발력 등이 상대적으로 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고령의 운전자가 택시운전에 필요한 능력을 충분히 갖췄는지 면밀히 고려해 재고용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관해 "정년 후 촉탁 재고용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사전에 합의·명시된 기준에 따라 판단이 이뤄지는 선발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며 "택시처럼 사용자가 직접 관리·감독을 할 수 없는 업종의 경우 객관적 성과지표를 통해 불성실 근로 여부를 판단한 다음 재고용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A씨와 회사 간 분쟁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A씨는 지난달 12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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