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간 온도 차가 극명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5000선을 돌파한 지 한 달 만에 6000선을 넘어서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서울 핵심지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다. '불패 신화'의 상징이던 강남 부동산에는 찬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19.52% 뛰어 '육천피(코스피지수 6000)' 시대를 열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 두 달 만에 48.17% 급등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실적 개선, 정부의 증시 부양책, 그리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증시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반면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증시와 사뭇 다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강남구(-0.06%)와 서초구(-0.02%), 송파구(-0.03%), 용산구(-0.01%) 등 4개 자치구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서울 내 타 자치구들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핵심지의 하락 전환은 서울 집값 흐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24년 3월 둘째 주 이후 100주 만이며, 용산구는 101주 만에, 송파구는 지난해 3월 넷째 주 이후 47주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전통적으로 부동산과 주식은 궤를 같이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주식이 먼저 오르고, 그 차익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 집값을 밀어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사이클이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의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권력은 규제·세제·금융·공급 등 정상화를 위한 막강한 수단을 갖고 있다"며 "문제는 권력의 의사와 의지"라고 밝혀 부동산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사를 나타냈다. 단순한 구두 개입을 넘어, 실질적인 세제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세제 당국은 오는 7월 세법 개정을 통해 보유세·거래세 개편과 관련한 큰 줄기를 잡을 전망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똘똘한 한 채의 역설,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 좌담회에서 윤수현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장은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유세 상향은 다주택자는 물론 소위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고가 주택 소유자에게도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보유세를 높인다는 것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반면 거래세를 낮추면 퇴로가 열린다. 즉 '세금이 무서우면 팔아라'라는 정부의 시그널이 구체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상향 조정이 현실화하면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디커플링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폭의 보유세 인상은 집값 상승에 확실히 변수가 될 수 있다"며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보유세 인상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렇게 되면 해당 지역에서는 관망세가 더 힘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호가가 내려갈 수 있고, 지금처럼 집값이 하락 전환하는 곳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코스피의 질주가 시차를 두고 결국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식으로 현금을 마련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늘 이어진 패턴"이라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유세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양도세보다는 영향력이 덜할 것으로 본다. 양도세와 비교하면 보유세는 금액도 많지 않고, 분할해서 납부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라며 "5월 9일 이후에는 집값이 다시 재반등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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