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그리고 짧다.”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영어로 된 최초의 위대한 철학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예스러운 문투에 숨이 차게 긴 문장은 읽는 이를 지치게 한다. 게다가 내용 대부분은 현대 독자에겐 ‘시간의 심판’을 견디지 못한 무의미한 텍스트에 불과하다. 총 47장의 본문 중에서 ‘서설’과 ‘인간의 자연상태’를 논한 제13장과 ‘자연법과 사회 계약’을 다룬 14~15장 등 일부만이 오늘날 관심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 일부가 빛을 발하면서 책에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었다.이 논쟁적인 저작에서 홉스는 ‘리바이어던’으로 불리는 국가라는 괴물을 호출해 사회의 ‘평화’를 모색하고자 했다. 강력한 국가에 의탁해 다른 사람이 지닌 만큼의 자유만 누리자고 주장한 것이다.
<리바이어던>은 일사불란한 논증과 방대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1650년 말~1651년 초라는 짧은 기간에 집필됐다. 1649년 찰스 1세가 처형되고 올리버 크롬웰이 공화정을 수립한 직후의 정치적 혼란 상황이 반영됐다.책의 토대는 ‘인류학’에 있다. 인간이 국가를 이루기 때문이다. ‘리바이어던’이라는 이름으로 표상화된 국가는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존재로 건설됐다.
‘서설’에 등장하는 ‘리바이어던’에 관한 묘사는 마치 현대의 공상과학(SF)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홉스는 “신의 창조물인 자연을 인간이 모방하면 ‘인공동물(artificial animal)’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 인공동물은 거대한 ‘인공인간’이다.
초판 표지에서 300명의 작은 인간들로 이뤄진 것으로 그려진 ‘인공인간’은 “자연인을 보호하고 방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몸집이 크고 힘이 세다”고 설명된다. ‘주권’은 인공인간의 ‘혼’으로, 각부 장관과 사법 및 행정 관리는 ‘관절’에 비유된다. 인공인간의 업무는 ‘인민의 복지와 안전’이다.
인공인간으로 그려진 국가는 어떻게 발명됐을까. 홉스는 국가 발명에 관한 이야기를 연역적 논리로 도출한 ‘자연상태’에서 시작한다. 도덕과 제도, 강제력이 결여된 국가 이전의 상태에서 인간이 마주한 것은 ‘전쟁상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인 상황에서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전쟁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홉스는 “협약하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무국가·무정부의 자연 상태보다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국가와 정부가 더 나은 선택지라고 강조한다.‘끔찍한 상황을 면하기 위해 자신의 무한한 자유를 내려놓고 주권자를 세우자’는 주장을 370년 전 치밀하게 논증한 홉스에게 절로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문도 든다. 과연 국가가 평화의 ‘최종 해법’일까. 여전히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다.
김동욱 한경매거진&북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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