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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의 돌봄과 실버 사회] 고령 운전자는 이기적인 가해자인가

입력 2026-02-27 17:35   수정 2026-02-28 00:10

언제부터인가 교통사고 기사의 댓글 창이 날 선 목소리로 채워지고 있다. “또 노인이야? 면허를 전부 반납시켜야 한다.” 사건의 경위가 밝혀지기도 전에 노인 세대 전체가 잠재적 위험 집단으로 단죄된다. 처음에는 무분별한 세대 혐오가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실제 통계를 들여다보니, 그 분노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4년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21.6%다. 전체 면허 소지자 중 고령 운전자 비율이 약 15%임을 감안하면, 이를 웃도는 비중이다.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20년 약 368만 명에서 2024년 약 517만 명으로 4년 새 40% 넘게 폭증했다. ‘1인 1차 시대’를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고령층에 진입한 영향이다. 이 흐름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나오지 못했다는 게 안타깝다. 구조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규제 강화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고, 교통·복지·도시계획에 걸쳐 있는 문제여서 어느 부처도 선뜻 주도하지 않았다. ‘대체 수단이 먼저냐, 규제가 먼저냐’는 딜레마 속에 정책 결정이 미뤄지는 사이 고령 운전자 수만 폭증했다. 무능이 아니라 구조적 교착에 가깝다.

뒤늦게나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면허 반납 인센티브, 적성검사 강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지원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그만두게 하거나, 걸러내거나, 기술로 보정하는 접근이다. 정작 당사자가 ‘이동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도록 돕는 과정은 빠져 있다.

운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에서 노인에게 운전은 병원과 시장과 사람을 잇는 유일한 통로다. 연구에 따르면 운전을 중단한 노인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2~3배 높아진다. 면허 반납은 안전의 문제이자 건강과 존엄의 문제다. 그렇기에 면허를 일괄적으로 박탈하거나, 위험을 감수한 채 유지시키는 이분법은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65세 이상 전체를 ‘위험 운전자’로 단정할 것이 아니라, 노화에 따른 신체·인지 기능의 변화에 맞게 운전의 범위와 조건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의 주체가 당사자인 고령자들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면허 축소나 반납은 자발적 고민의 결과에 따른 선택으로 전환돼야 한다.

조건부 면허의 세분화, 대안적 교통수단 확충 등의 인프라가 선제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야간 운행 제한, 고속도로 진입 제한, 운행 지역 한정 등 개인의 기능 상태에 따라 면허 조건을 세분화하면 앞선 이분법의 굴레를 벗어나 자발적이고 단계적인 전환이 가능해진다. 또한 대안 교통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수요응답형 교통(DRT)이 확대되고 있으나, 스마트폰 앱을 통한 서비스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는 무용지물이다. 전화 한 통으로 완결되는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

지금 젊은 세대도 언젠가는 고령 운전자가 된다. 운전대를 내려놓는 것이 고립이나 패배가 아닌 품위 있는 선택이 되는 사회가 우리 모두의 미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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