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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왜 국회 증인석에 서는 CEO가 점점 많아질까

입력 2026-02-27 17:39   수정 2026-02-28 00:12

요즘 기업의 위기는 시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경영자의 의사결정은 물론 크고 작은 사고, 인사, 조직갈등 같이 과거엔 ‘사내 문제’로 여겨지던 것조차 한순간에 정치, 사회 이슈로 비화하곤 한다. IT 발달과 SNS의 위력이 불러온 네트워크 사회의 이면이다. 해마다 국정감사 때면 국회 증인석에 서는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질 좋은 서비스를 팔면 그만인 세상이 아닌 것이다.
위기 대응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과거 산업화 시대에나 통하던 구태의연한 위기 대응 방식에 머물러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팩트와 수치로 반박하고 법 조문을 따져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장광설을 늘어놓는 방식이 과거엔 통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문제를 더 꼬이게 하는 하지하책일 뿐이다. 빛의 속도로 정보가 떠다니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팩트와 진실을 이해하기 전에 프레이밍된 감성의 언어에 먼저 노출된다. 그러니 위기 대응 방식도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

2022년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는 전형적인 사례다. 서비스장애라는 사고가 ‘플랫폼 독점’과 ‘공공 인프라 책임’ 논쟁으로 번졌다. 회사는 재발 방지를 위한 투자와 개선안을 제시했지만, 여론은 이를 공공성과 연결 지어 정치 의제로 끌어올렸다. 개별 사고가 산업구조 문제로 재해석되는 순간, 위기관리의 주도권은 기업에서 떠난다. 반대로 2023년 업황 급락 국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를 단순한 경영상황으로만 설명하지 않았다. 미중 갈등이라는 국제 정세의 맥락을 투영해 ‘국가 반도체 경쟁력 유지’라는 거대 담론을 제시하며 위기를 재정의했다. 같은 위기라도, 누가 해석의 틀을 먼저 설정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의미가 달라진다.
이슈 대하는 기업 태도에 민감한 대중
첫 번째 원칙은 명확하다. 법적 방어에 앞서 사건이 놓인 공공적 맥락을 기업이 먼저 정의해야 한다. 국민은 위기를 법률 문장으로 읽지 않는다. 정서적 맥락 속에서 해석한다. 이 지점을 선점하지 못하면 정치는 그 공백을 규제와 개입으로 채운다.

두 번째 원칙은 역할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는 기업일 뿐’이라는 태도는 가장 위험하다. KT 대표 선임 논란은 내부 절차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공공성·낙하산 인사 논쟁으로 확산했다. 이제 기업은 주주 가치만을 따지는 단계를 넘어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포함해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사고해야 한다. 기업이 스스로를 공적 책임의 주체로 규정하지 않으면, 정치는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 결과는 대개 규제 강화로 이어진다. 정치화한 시대의 기업은 정책 대상이 아니라 정책 형성에 참여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규제를 기다리기보다 산업의 기준과 사회적 합의를 선제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세 번째 원칙은 정서의 우선성이다. 대중은 기술적 무결성보다 문제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에 더 민감하다. 보잉 737 맥스 추락 사고 이후 회사는 소프트웨어 결함에 대한 기술적 설명과 법적 방어에 집중했다. 그러나 여론은 이를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한 선택’으로 인식했다. 사람들은 사고를 통계가 아니라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인다. 이성은 그 다음이다.
국민과의 정서적 거리감 줄여야
정치화한 위기에서는 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을 구분하되, 도덕적 책임에 관한 공감과 수용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과 구조적 해법을 단계적으로 제안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법률 자문은 필수지만 법률 문장이 위기를 수습하게 하지는 않는다. 공공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전략의 핵심이다.

결국 기업이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사실을 숨기지 말되 그 사실이 놓일 공공적 맥락을 먼저 제시해 프레임을 주도할 것. 둘째,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 논의의 주체로 스스로를 위치시켜 공론의 장에서 비판의 객체가 아닌 참여의 주체로 전환할 것. 셋째, 법적 방어에 앞서 국민 정서를 관리할 전략을 설계해 정서적 거리감을 줄일 것.

기업의 의사결정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정치 이슈화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여론과 정치의 공간에서 수동적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인가, 아니면 방향을 제시하는 행위자가 될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 사후약방문식으로 해명에 급급할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어떤 미래를 향해 항해할 것인지 선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결국, 다른 사람이 그어 놓은 선을 따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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