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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모독' AI 영상, 수사 못하는 경찰 왜?

입력 2026-02-27 17:27   수정 2026-02-27 23:35

3·1절을 앞두고 유관순 열사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는 인공지능(AI) 영상이 온라인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명백히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지만 현행법상 제작·유포자를 형사 처벌하기 어려워 수사당국도 손을 놓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틱톡 등에 올라온 유관순 열사 관련 영상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절차인 내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사 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혐의 가능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행 형법상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의 틱톡 계정은 지난 22일부터 유관순 열사가 일장기에 애정을 표하는 장면 등을 담은 영상을 게시해 2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영상 5개를 연달아 올리자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틱톡 측은 해당 계정을 삭제했다.

그럼에도 경찰 측은 내사조차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인 한계가 있어서다. 고인 모독 사건에 주로 적용하는 혐의는 ‘사자명예훼손죄’다. 이 죄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때만 성립한다. 문제의 영상과 같이 원색적인 조롱이나 희화화하는 표현, 구체성이 떨어지는 욕설 등은 범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모욕죄도 보호 대상이 ‘생존 인물’로 한정돼 있어 범죄 성립이 어렵다.

현재로선 행정 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각 플랫폼과 상의해 콘텐츠를 개별 삭제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다만 의결을 거치는 심의 기구의 특성상 신속히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방미통위는 위원회 구성조차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해외에선 이미 AI를 활용한 고인 모독 문제가 사회적 논쟁거리로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오픈AI는 챗GPT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 이미지를 활용한 영상 생성을 차단했다. 모욕성 콘텐츠가 확산하자 유족이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국내 입법 논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마저도 생성형 AI의 부작용 관련 법안은 주로 딥페이크 성범죄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AI가 생성한 고인 모독 콘텐츠가 늘고 있지만 처벌 규정은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격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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