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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플랫폼 주도권 뺏기나" 네카오 초긴장…관광업계는 반색

입력 2026-02-27 17:43   수정 2026-02-28 01:04


정부가 구글에 1 대 5000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국가안보 등에 대한 우려로 불가 방침을 고수한 지 19년 만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구글 지도를 활용해 여행, 자율주행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반출 허용 결정으로 관세협상 등에서 대미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등은 27일 ‘측량성과 국외반출협의체’를 열어 구글이 요청한 국내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신청을 조건부 허가하기로 의결했다. 공간정보관리법상 1 대 2만5000 축척보다 세밀한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1 대 5000 축척 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에 1㎝로 줄여 표시한다.

정부는 허용 대상을 군사·보안시설 등에 대한 보안 처리를 거친 데이터로 한정했다. 구글 지도 서비스인 구글 맵스와 구글 어스의 글로벌 서비스에서 대한민국 영토의 좌표 표시가 제한된다. 또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에 보유한 서버에서 원본 지도 데이터를 가공한 뒤 정부 확인을 거쳐야 반출할 수 있다. 사후에 군사시설 등이 추가돼 수정이 필요하면 정부 요청에 따라 국내 기업이 국내 서버에서 바로 수정하도록 했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임박한 위해 또는 구체적 위협이 있을 때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인 ‘레드버튼’ 기술도 추가한다.

이번 반출 결정으로 구글은 한국에서도 글로벌과 동일한 수준의 지도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 관광객은 기존에 사용하던 플랫폼을 통해 길 찾기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구글 지도를 통해 여행, 물류 플랫폼 등 지도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부터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같은 미래 기술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순만 연세대 교수는 “지도 데이터는 공간 컴퓨팅, 스마트 물류, 확장현실(XR)을 떠받치는 전략적 디지털 인프라”라며 “이번 결정은 한국 혁신 생태계를 글로벌 가치 사슬에 연결하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각종 서비스를 키워온 국내 플랫폼 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해외 기업에 지도 정보를 넘기면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가 고정밀 지도 반출 불허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해 외교적 이슈로 불거졌다.
'맵 서비스' 해외에 처음 개방…우려반 기대반
구글 '생태계 확장' 변곡점…외국인, 네카오 맵 안깔아도 돼
정부가 27일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허용하면서 구글이 국내 지도 기반산업에 진출할 길이 활짝 열렸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부사장은 “구체적인 한국 서비스 구현 방안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규제 울타리’ 효과를 누리던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는 글로벌 빅테크와 정면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여행·물류는 물론 자율주행, 증강현실(AR) 등 지도를 인프라로 삼는 산업 전반에 걸쳐 파급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도 갈라파고스’ 깨졌다
구글은 2006년부터 1 대 5000 축척 지도를 해외에 있는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1 대 5000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해 골목길까지 식별할 수 있다. 상점 정보 연동, 경로 최적화 등 다양한 위치 기반 서비스의 인프라로 활용된다. 그동안 구글은 한국에서 1 대 5000 지도 대신 정부 보안 심사를 통과한 데이터만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 등 핵심 기능을 넣지 않아 한국은 ‘구글 지도 예외 국가’로 분류돼왔다.


이번 반출 허용 결정으로 구글은 한국 지도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당장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다. 그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을 따로 깔아야 하는 불편이 컸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구글 길찾기 기능이 정교해지면 재방문 의향도 높아져 관광 수요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여행업계에선 외국인이 서울을 벗어나 지방의 숨은 맛집과 명소를 찾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국내 다양한 공간 기술 서비스와의 연동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스타트업 사이에선 국내 지도 데이터에 의존해야 해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여행 플랫폼 데이트립의 윤석호 대표는 “이젠 서울에서 개발한 서비스 로직과 디자인을 수정 없이 뉴욕, 파리, 도쿄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자율주행과 로봇, 드론 등과 관련한 글로벌 기술 프로젝트에서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선택할 유인이 생겼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웨이모, 로봇 택배, AR 내비게이션 같은 첨단 서비스가 한국 도시에서 돌아가면 국내 기업도 그 생태계 안에서 제휴나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이 높아지고 시장 경쟁 조건이 재설정됐다”며 “장기적으론 국내 기업의 기술 고도화와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해외 업체에 주도권 넘겨줄 수도”
그동안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은 디지털 지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예약과 모빌리티, 지역 기반 광고 등 다양한 연관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번 결정은 구글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터준 것이어서 아직 자생력이 부족한 국내 공간기술 생태계의 주도권이 해외로 넘어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 플랫폼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지도 시스템에 적용되는 중요한 시점에 글로벌 공룡에 새 시장의 기회를 고스란히 넘긴 것은 안타까운 선택”이라며 “구글이 시장을 독점하면 국내 업체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용 비용을 크게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밀 지도를 해외 기업에 개방한 뒤 자국 공간정보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사례도 있다. 프랑스는 데이터 개방 정책 시행 후 자국 기업인 매피가 경쟁력을 잃고 구글에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내줬다. 호주도 정부의 위성 데이터 공개 이후 로컬 지도 플랫폼 점유율이 구글에 역전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지도 반출 이후 해외에 지급하는 응용 애플리케이션 이용료와 로열티 비용이 연간 수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외 기업을 처벌하거나 관리하기 어려운 것도 우려 사항이다. 이번에 선례가 생긴 만큼 중국 업체를 포함한 해외 빅테크가 국내 지도 반출을 연달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오상/고은이/안재광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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