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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훼손된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노사협상으로 날 샐 판

입력 2026-02-27 17:45   수정 2026-02-28 00:16

지난 15년간 노사 간 교섭의 기본 틀로 기능해온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이 크게 훼손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란봉투법 시행(3월 10일)을 불과 열흘가량 앞둔 어제 발표한 ‘교섭 절차 매뉴얼’에서 “원·하청 노조 간 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적시했다.

매뉴얼대로면 원청 사업자는 원청 대표노조와 하청 대표노조 등 최소 2개 이상 노조와의 교섭이 의무화된다. 복수 노조가 허용된 2011년 이후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명시하도록 한 노동조합법에 배치된다. 하위 법령으로 상위 법인 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작년 9월 노란봉투법 입법 이후 ‘교섭창구 단일화 철폐’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거대 노조를 막판에 일방적으로 편든 모양새다.

지난 23일 시행령과 해석지침 최종 발표 때까지만 해도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을 유지했으나 불과 나흘 만에 뒤집은 것도 논란 거리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자는 진짜 사장과 교섭하고 싶어 하며 교섭 분리로 입법의 취지를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하청노조가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려면 원청노동자까지 포함한 교섭창구 단일화가 필요하다던 종전 입장을 바꿀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이대로라면 원청 사업자는 수십·수백 개 노조와 무제한 교섭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근로조건·고용 형태가 비슷한 하청노조끼리 연대하는 등 다양한 교섭 전략 구사가 가능해졌다. 앞서 시행령 등에선 ‘하청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과 ‘대표의 적절성’에 따른 교섭 단위 분리가 허용됐다. 상급단체(한국노총 민주노총)에 따른 교섭 분리, 사무직·생산직 노조의 별도 교섭도 가능하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이미 금속노조 산하 143개 노조가 13개 원청사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기업 목소리를 듣겠다더니 결국 거대 노조 요구만 들어준 꼴이다. 해외에서는 “한국 지사 발령 나면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며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노란봉투법은 모호하게 입법한 뒤 하위 규정으로 일방적으로 노조를 편드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노사관계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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