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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 ‘조건부 반출 허용’…업계 반발

입력 2026-02-27 23:28   수정 2026-02-27 23:46



국토교통부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회의를 열고 고정밀 국가 기본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간 서비스 협의를 넘어, 국가 기본도 데이터의 해외 이전 여부를 다루는 정책 결정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물류, 재난 대응 등과 직결되는 핵심 공간정보 인프라로 평가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지도 반출 관련 심의에서 해당 안건이 조건부 허용으로 의결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1대 5000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여부를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간정보관리법상 1대 2만5000 축척보다 세밀한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1대 5000 축척 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에 1cm로 줄여 표현한 고정밀 지도다.

협의체는 "심의 결과 엄격한 보안 조건 준수를 전제로 반출 허가 결정을 의결했다"며 영상 보안 처리,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 활용 등의 조건 준수를 전제로 허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후폭풍은 상당하다. 공간정보 업계에서는 우선 의결 구조의 적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심의기구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운영되는 구조라면, 최근 민간위원 사퇴로 인한 공석 상황에서의 의결이 절차적으로 타당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간위원은 산업계·학계 등 이해관계의 균형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형식적 정족수를 충족했는지와 별개로, 대표성이 공백인 상태에서 이뤄진 결정은 실질적 정당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브리핑에서 “민간위원 2명을 위촉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점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위촉 시점과 검토 기간, 자료 배포 일정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장일치 결정이 내려졌다면 충분한 숙의가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토지리정보원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날 공간정보 산업 관계자를 대표하여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디지털 지도 전쟁> 저자)는 입장문을 통해 “국가 전략 자산에 해당하는 공간정보의 해외 이전 문제는 통상적 행정 집행을 넘어서는 중대한 정책 판단”이라며 “기관 권한 범위와 책임 구조 측면에서 적절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지도 반출의 찬반을 직접적으로 표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이 충분한 검토와 균형 있는 대표성, 명확한 권한 구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조건부 허용 보도 이후 추가적인 코멘트를 통해 보다 강한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그는 “민간위원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못하는 만장일치 결정, 위촉 시점과 검토 기간도 불투명한 상태, 기관장 공석 상황에서 진행된 국가 기본도 해외 이전 결정이 과연 국가 전략 자산을 다루는 정상적인 절차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또 “지도는 단순한 서비스 데이터가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결과의 정당화가 아니라 과정의 투명한 공개”라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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