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오지급 사태 이후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s, PoR) 체계와 내부 통제 수준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7일 INFCL은 기획 분석 리포트를 통해 최근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계기로 거래소 자산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다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는 자산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내부 장부에 기록된 수치가 온체인 자산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검증 요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INFCL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장부와 실제 온체인 자산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산 보유 현황을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PoR 검증에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활용된다.
△머클 트리(Merkle Tree): 개별 사용자 잔액을 암호화 해시 구조로 결합해 사용자가 자신의 잔액이 전체 집합에 포함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영지식 증명(zk-SNARK, zk-STARK):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도 자산 보유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기술로, 프라이버시 보호와 검증 완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
△독립 감사(Independent Audit): 외부 회계법인이 온체인 자산과 사용자 잔액을 대조해 보고서를 발행하는 전통적 검증 방식
INFCL은 “회계 감사는 사후적 성격이 강하다”며 “실시간에 가까운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온체인 기반 검증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2022년 11월 PoR을 도입한 이후 머클 트리 기반 검증 체계를 구축하고, zk-SNARK를 추가 적용했다. 2026년 1월에는 산출 방법론을 개편해 자사 운영 자산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까지 38차 보고서를 발행했으며, 최근 기준 고객 비트코인 보유량은 약 61.8만BTC, 커버리지 비율은 100.06%로 나타났다.
크라켄은 2014년부터 독립 회계법인을 통한 준비금 감사를 진행해왔다. 이후 머클 트리 기반 사용자 검증 기능을 추가했으며, 2025년 12월 기준 BTC, ETH, SOL, USDC 등 주요 자산에 대해 1대1 보유를 확인받았다. 분기별 보고서를 발행하는 점도 특징이다.
OKX는 2022년 11월 PoR 도입과 함께 zk-STARK를 적용했다. zk-STARK는 별도의 신뢰 초기값 설정 절차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기술적 차별성을 갖는다. 매월 정기 보고서를 발행해 현재 40차에 이르렀으며, BTC, ETH, USDT 등 22개 이상 자산에 대해 총 277억달러 규모의 온체인 준비금을 공개했다. 최근 보고서 기준 BTC 준비율은 106%, ETH는 103%다.
반면 국내 주요 거래소는 외부 회계법인 감사와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최소 준비금 기준 충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사용자가 직접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자산 보유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제한적이다.
INFCL은 “준비금 증명이 자산 존재 여부를 입증하는 장치라면, 내부 통제는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라며 “두 축이 함께 작동해야 실질적인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운영 리스크 관리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자체 보안팀과 보험 기금 SAFU를 운영 중이며, 크라켄은 규제 환경에 부합하는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OKX는 자금 이동 전용 워크플로우, 내부 원장 실시간 대조, 다단계 교차 부서 승인, 24시간 리스크 엔진 모니터링 등 다층적 방어 체계를 운영 중이다.
보고서는 "국내 거래소의 경우 내부 통제 구조에 대한 공개 정보가 제한적이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련 공시 요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규제를 기다리는 거래소와 규제를 앞서가는 거래소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법론을 자발적으로 개편한 사례와 정기적 PoR 공개를 이어가는 사례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투자자의 점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oR 보고서의 정기 발행 여부, 온체인 직접 검증 가능성, 영지식 증명 도입 여부, 내부 통제 체계 공개 수준, 글로벌 규제 인가 획득 여부 등이 주요 판단 기준으로 제시됐다.
INFCL은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할수록 신뢰의 기준은 브랜드 인지도가 아니라 기술적 검증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준비금 증명과 내부 통제 고도화가 거래소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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