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처음부터 ‘전기국가’ 전략을 세운 건 아닙니다. 미국이란 석유국가 앞에서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전기화(化)를 추진한 게 계기였습니다. 난방 등의 에너지원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에너지 안보 위기를 맞은 유럽 국가들과는 다른 시도였죠. 마침 전기자동차, 2차전지 시대가 열리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투자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의 전략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전기국가는 청정기술의 개발과 표준을 주도하고 관련 글로벌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나라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청정에너지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습니다. 이 분야의 경제성장률 기여도도 26%에 달합니다. 중국은 단순히 전기를 많이 쓰는 ‘소비자형 전기국가’가 아닙니다. 전기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고 관련 전기화 기술을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전기에너지의 허브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중국을 전기화 기술을 세계에 공급하는 ‘생산자형 전기국가’라고 규정했습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을 보면 더욱 걱정됩니다. 전기차 내수시장은 현대차·기아 등 국내 브랜드가 약 57%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모두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어요. 국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중 90% 이상이 UU그린파워, 윈라인 등 중국 업체가 제작한 파워모듈을 채택 중입니다. 충전 인프라는 전력망과 연결됩니다. 전기차 충전기가 단순한 전력 공급 장치를 넘어 전력망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에너지 흐름을 조절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전기차를 충전기에 꽂아두면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역으로 전력망으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전깃값이 쌀 때 차에 저장해뒀다가 비쌀 때 양방향 충방전 시스템을 통해 팔 수 있죠. 이렇게 관련 기술이 발전하는데, 우리는 중국 기술에 점점 종속되고 있는 겁니다.
이래서 선두 따라잡기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청정기술의 하나인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독일 정도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SMR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원전 사고의 트라우마가 있는 일본, 탈원전 주민투표까지 한 대만도 원전 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SMR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정부를 대신해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는 민간투자사업에 전력망 구축을 추가한 것도 최근의 결정입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한국이 ‘원전국가’에서 ‘전기국가’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3. 우리나라 국회는 왜 미래산업 진흥 관련법 제·개정에 굼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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