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숲길이나 담벼락에서 흔히 마주치는 초록색 이끼는 약 4억5000만 년 전 식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처음 상륙했을 때의 원시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당시 식물들처럼 이끼의 뿌리는 몸을 바위 등에 고정하는 역할만 하고, 잎과 줄기 등으로 물을 빨아들인다. 흙이 거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비가 오면 온몸으로 물을 흡수해 금세 생기를 되찾는 이 놀라운 능력이 끈질긴 생명력의 비결이다.최근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연구팀은 이런 이끼의 생명력이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통할지 확인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2022년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한 우주 생물학 실험의 일환으로 실험에 흔히 사용되는 이끼 ‘피스코미트리움 파텐스(Physcomitrium patens)’의 포자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냈다. 포자는 꽃을 피우지 않는 이끼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만드는 아주 작은 씨앗 같은 세포로, 껍질이 단단하고 생명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상태라 환경 변화에 매우 강하다.
이끼의 포자는 ISS 바깥쪽에 설치된 실험 장치에서 약 9개월 동안 우주의 가혹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됐다. 우주는 산소가 없는 진공 상태인 데다 생명체에 치명적인 자외선과 방사선이 쏟아지고, 온도도 영하와 영상을 오간다. 실제로 앞선 연구들에서 해바라기나 토마토 같은 일반 식물의 씨앗들은 우주방사선을 이기지 못하고 싹을 틔우는 능력을 잃거나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이끼는 달랐다. 약 9개월간 우주방사선을 온몸으로 받아낸 이끼 포자의 생존율은 무려 80%를 넘겼다. 특히 지구로 돌아온 뒤 다시 싹을 틔우는 ‘발아율’을 확인한 결과, 살아남은 포자의 약 86%가 정상적으로 싹을 틔워 자라났다. 이는 지상에서 보호받은 포자의 발아율(97%)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치다.
이끼가 우주의 가혹한 환경을 멀쩡하게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은 포자를 감싸고 있는 ‘포자낭’ 덕분이었다. 포자낭은 포자를 보호하는 작은 주머니인데, 이 조직이 강력한 우주 자외선을 차단하는 천연 선크림 역할을 했다. 또한 포자 자체가 건조한 상태를 견디는 능력이 탁월해 수분이 없는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도 세포가 파괴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이끼의 강인한 회복력을 바탕으로 생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이끼 포자가 우주 환경에서 무려 4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이끼가 단순히 잠시 버티는 수준을 넘어 먼 미래의 우주 개척지에 생명력을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임을 증명하는 결과다.
인류가 화성 같은 외계 행성에 기지를 세우려면 스스로 산소를 만들고 식량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화성의 흙은 식물이 자라기엔 너무 메마르고 영양분도 없다. 그래서 이끼는 훌륭한 ‘개척자’가 될 수 있다. 이끼가 척박한 땅에 먼저 자리를 잡아 산소를 내뿜고, 죽어서 썩으면 그 자리에 영양분이 풍부한 흙이 생겨 다른 채소나 곡물을 심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약 4억 년 전 지구의 거친 땅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던 이끼가 이제는 외계 행성을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끼의 뿌리는 몸을 고정하는 역할만 하고, 잎과 줄기 등 온몸으로 직접 수분을 흡수한다. 최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이끼의 포자는 진공, 자외선, 방사선 환경에서 약 9개월간 노출돼도 생존율과 발아율이 각각 80%, 86%에 달한다. 이는 포자를 감싸는 포자낭이 자외선 차단막 역할을 하고, 포자 자체가 건조에 견디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시뮬레이션 실험에서는 이끼가 우주에서 4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관련뉴스








